“러시아 소유즈 우주선 우주복 1500만원”
“곧 있으면 한정판이 될 2021년 공기 5천원”
“웰시코기 인형 무료나눔. 웰시코기를 너무 좋아해서 산 인형이에요. 웰시코기가 직접 가지러 왔으면 좋겠어요”
트위터 계정 ‘당근마켓 기상천외’에 올라온 당근마켓 게시물 갈무리다. ‘제보’로 들어온 것들이다. 구독자가 5만명인 이 계정은 강원도 원주에 사는 한 30대 프리랜서 김아무개씨가 운영한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2년 전 수도권에서 원주로 이사했어요. 하루는 벽돌 기계가 올라왔더라고요. 꽤 비쌌는데 파시는 분이 이렇게 쓴 거예요. ‘이 벽돌 기계로 벽돌을 만들어 집을 지어 다시 팔면 보전이 가능하다.’ 벌레 잡아달라는 분도 계시고요. 재밌고 신기해서 올렸더니 지인들이 제보를 하기 시작했어요.”
―제보는 얼마나 들어오나?
“게시물 리트위트가 1만 가까이 타는 날엔 제보가 10개 이상 들어와요. 보통 때는 3~4개 정도고요.”
―제보 들어온 건 다 올리나?
“중고물품에는 삶이 담겨 있어요. 사생활이 나타날 수 있죠. 배경에 찍힌 집 내부나 창밖 풍경 같은 것들요.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가 될 수 있는 건 최대한 걸러내요. 그래서 옷 입은 사진은 얼굴을 가리더라도 신체가 보이니까 빼요. 일부러 웃긴 표정이나 포즈를 취한 경우만 게시해요. 사소한 분쟁, 의견 차이로 볼 수 있는 대화 캡처도 올리지 않아요. 어떤 사람이 버릇없이 말했다고 5만명에게 노출돼 욕먹어야 하는 건 아니죠. 이와 달리 경계해야 할 사안은 올려요. 예를 들어 여성 이용자에게 접근해 교복을 팔라는 성인 남성의 메시지 같은 것들요.”
―기준이 엄격하다.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니까 가능한 거 같아요. 예상치 못한 클레임이 들어오면 다 내려요. 아이돌 포토카드를 구부려서 호떡 손잡이로 만든 게시물이 재밌어서 올렸는데 그 아이돌 팬들이 굉장히 기분 나빠하더라고요. 게시물 작성자가 보고 내려달라는 경우도 있어요. 그 사람이 원작자이고 저작자의 권리는 보호되어야 하니까 내리죠.”
―번거로울 수도 있는데, 계정 운영하며 느끼는 재미는?
“어린이들 문화를 많이 알게 됐어요. 초등학생들이 종이봉투에 뽁뽁이, 슬라임 같은 걸 넣고 ‘잼민이 랜덤봉투’라고 만들어 팔아요. 선물교환 놀이가 인터넷 시대에는 당근마켓에서 벌어지는 거예요. 사라진 지역 공동체를 다시 묶어주는 거죠.”
―제보가 계속 들어오면 부담되지 않나?
“하루에 한번만 들어가 올려요. 일 한 덩어리를 끝내고 다른 덩어리 시작하기 전 중간에 환기용으로요. 웃을 수 있는 시간이죠.”
김소민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