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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명탐정 알레고리가 알려준 것

등록 2021-12-23 10:59수정 2021-12-23 11:15

김태권의 영감이 온다

그림 김태권
그림 김태권

영감이 오지 않을 때가 누구나 있다. 나는 지금이 그때다. ‘이럴 때 대비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방법을 알아보자’라는 것이 이 칼럼의 주제였다. 오늘 소개할 방법은 ‘알레고리’다.

알레고리란 개념을 의인화하는 방법이다. ‘미덕과 악덕의 알레고리’란 옛날 그림과 연극에 자주 쓰이던 주제다. 미덕과 악덕의 개념에 대해 주절주절 말해봤자 와닿지 않는다. ‘미덕’이라고 써 붙인 사람이 ‘악덕’이라 쓴 사람과 티격태격하는 장면을 보여주면 쉽다. 거칠게 말하면 이렇다는 것인데, 더 설명하기 좋은 방법을 찾아보겠다.

알레고리란 개념을 의인화하면 어떨까? 알레고리의 알레고리다. 나는 명탐정 알레고리의 사무실을 찾아간다. 알레고리는 나를 보자마자 말한다. “마감이라는 신사가 찾아온다는 편지를 받았군요?” “어떻게 아셨습니까! 과연 명탐정.” “후후, 마감은 괴인이지만 모리아티 같은 악당은 아니죠. 당신이 그를 화나게 하지만 않으면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명탐정 알레고리가 해결한 사건은 많다. 현대에도 알레고리 작품은 나온다. 영국 작가 로저 하그리브스의 작품은 한국에 여러 이름으로 알려졌다. 그림책으로는 <이큐(EQ)의 천재들>이고 애니메이션으로는 <와글와글 친구들>이다. 어떤 작품인지, 왜 이 작품을 내가 알레고리라고 보는지, 시리즈 각각의 주인공만 적어봐도 알 수 있다. 부끄럼양은 부끄럼을 타고 힘세씨는 힘이 세고 지저분씨(너절씨)는 지저분하다. 또 하나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작품은 <개구쟁이 스머프> 애니메이션이다. 스머프의 만화 원작은 애니메이션과 다르다. 파파 스머프와 스머페트를 빼면 구별이 되지 않는 똑같이 생긴 파랑이 친구들이 “스머프가 스머프했다”는 똑같은 말을 한다. 나름대로 재미는 있지만 난해하다. 미국에서 텔레비전 애니메이션을 만들며 바꾸었다. 욕심이 스머프, 게으름이 스머프, 투덜이 스머프, 주책이 스머프, 똘똘이 스머프처럼 개성을 심어주었다.

“알레고리씨, 당신 비결이 뭔가요?” 내 물음에 명탐정은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대답한다. “창의성이란 ‘오래된 것의 새로운 조합’이라는 말, 기억하죠? 나는 생소한 개념을 친숙한 인물과 조합합니다. 그러면 파악하기 쉬워지죠.”

알레고리를 통해 우리는 막연하던 개념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깨닫는다. 개념에 감정을 실을 수도 있다. 문제 인식에도 도움이 되고, 문제 해결에도 요긴하다. 무용가 트와일라 타프는 자신감이 사라질 때면, 자신을 사로잡은 두려움을 악령이라 상상하고 악령이 돼지 떼에 달라붙어 벼랑으로 떨어지는 장면을 상상한다고 한다. 원래 <성서>에 있던 내용을 도스토옙스키가 소설 <악령>에서 재해석한 내용을 다시 가져다 썼다.

명탐정은 말한다. “나 알레고리를 알레고리로 써보지 그래요? 그러면 마감씨와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사건 해결! 그래서 나는 이번 칼럼을 이렇게 썼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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