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페스카토레의 주방을 책임지는 나디아 셰프(오른쪽), 그의 시어머니 브루나 셰프(가운데), 홍신애 요리연구가(왼쪽)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홍신애 제공
“이건 그냥 만두잖아?”
미쉐린(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 와서 1인당 30만원이 넘는 코스 요리를 시켰는데, 아니, 겨우 넓적하게 생긴 만두 몇알을 준다니. 이걸로 그 어렵다는 별 세개를 딴 거야? 단호박이 들어가고 아마레토(이탈리아 증류주) 향이 솔솔 올라오는 토르텔리(이탈리아식 만두)는 부드럽고 고소한 피와 녹진하고 달달한 소의 맛이 조화로웠다. 그래, 맛은 있는데, 이걸로 정말 미쉐린 3스타를 딴 거라고?
여드레에 걸친 이탈리아 북부 미식 여행의 종점이 바로 ‘달 페스카토레’였다. ‘어부로부터’. 조금 촌스러운 듯한 이름과 달리 전세계의 부자와 미식가들이 즐겨 찾는 최고급 식당이다. 밀라노에서 꼬박 2시간 차를 타고 달려야 롬바르디아 시골구석의 이 식당에 닿는다. 1926년 허름한 선술집으로 시작한 가게는 현재 3대째 며느리인 나디아 산티니가 이끌고 있다. 나디아는 전세계에 몇 안 되는 3스타 여성 셰프다.
예약 시간에 맞춰 도착한 우리 일행을 나디아의 둘째 아들 알베르토가 맞아줬다. 응접실에서 다과와 식전주를 즐기는 동안 남편 안토니오와 시어머니 브루나까지 차례로 나와 인사를 나눴다. 환대가 느껴졌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데다 왠지 모르게 어색한 느낌이 계속됐다.
그때 나디아가 “한국에서 온 요리사라고요? 그럼 따라와요!”라며 내 손을 덥석 잡아끌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을 같이 한바퀴 돈 뒤 그녀는 내게 곧장 앞치마를 건넸다. “한번 해봐요. 편하게~” 이게 무슨 소린가! 보통 주방은 외부인 출입 금지 아닌가. 게다가 맨손으로 남의 주방에서 무슨 요리를 하라고…. 하지만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이런 주방에서 요리를 해보겠어? 얼른 팬을 잡았다. 불 조절을 해가며 순식간에 치즈를 구워 모양을 잡았다. 한 판을 빠르게 완성하고 나니 옆에서 박수 소리가 터졌다. 얼떨떨하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아, 최고의 서비스는 손님을 식구로 맞이하는 것이구나! 이것이 산티니 집안의 탁월한 가족 경영 방식이었다.
평범한 토르텔리, 어디에나 있을 법한 파스타와 리소토, 특별한 기술이 없어 보이는 생선과 고기 요리도 모두 이 집안과 지역의 요리법을 살린 전통 방식으로 조리한 것들이다. 달 페스카토레를 방문하기 전에 나는 최고의 레스토랑을 이끄는 나디아의 ‘재능’을 맛보고 싶었다. 하지만 진정한 실력은 ‘조화’와 ‘배려’에서 나오는 것임을 그에게 배웠다. 결국 요리는 마음이라는 것, 그 증거를 나디아의 주방에서 찾았다.
롬바르디아/홍신애 요리연구가
(코로나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준수하며 취재·작성한 기사입니다.)
달 페스카토레의 대표 메뉴인 단호박을 채운 토르텔리. 홍신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