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에몬테 미식 여행
귀한 화이트트러플, 바롤로·바르바레스코 와인으로 유명
피에몬테 토착 포도종 네비올로로 만든 왕과 여왕의 술
식당마다 트러플 보관 금고…향에 마음과 몸 녹아내려
귀한 화이트트러플, 바롤로·바르바레스코 와인으로 유명
피에몬테 토착 포도종 네비올로로 만든 왕과 여왕의 술
식당마다 트러플 보관 금고…향에 마음과 몸 녹아내려
이탈리아 피에몬테주 토착 품종 네비올로를 키우는 바르바레스코의 포도밭. 멀리 알프스산맥이 보인다. 홍신애 제공
이탈리아는 자타 공인 미식의 나라다. 서양 음식 문화의 본류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다. 한국과 같은 반도 지형인 이탈리아는 북쪽으로는 알프스산맥, 남쪽으로는 삼면이 바다와 닿아 있다. 육해공을 망라한 풍부한 음식 재료가 미식의 나라를 만든 밑바탕이다. 특히 이탈리아 북동부에 있는 피에몬테주는 세계 최고 진미 가운데 하나인 트러플(송로버섯), 특히 그 가운데서도 더 고급으로 인정받는 화이트 트러플의 원산지로 유명하다. 와인은 어떤가. 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우주”라고 표현한 바롤로와 풍부하고 우아한 맛으로 이름난 바르바레스코가 바로 피에몬테에서 난다. 이렇듯 세계 최고의 음식이 모여 있는 곳이지만 로마나 피렌체 위주로 관광을 가는 한국인에게 피에몬테는 다소 낯설 수 있다. 여행길이 막힌 요즘에는 더더욱 가기 어려운 곳이다.
때마침 11월 말 요리연구가 홍신애씨가 피에몬테로 미식 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발견 전이다.) 그에게 급하게 원고를 청탁해, 독자 여러분께 피에몬테의 생생한 맛을 전할 수 있게 됐다.
홍신애 요리연구가가 네비올로 포도를 맛보고 있다. 홍신애 제공
안개 속 포도 한 송이, 네비올로 피에몬테는 직역하면 ‘산의 발’, 그러니까 산의 끝자락이란 뜻이다. 산은 당연히 알프스를 말한다. 프랑스, 스위스와 국경을 나누는 알프스산맥은 피에몬테로 내려오며 완만한 구릉지대를 형성한다. 봉긋 솟은 언덕과 비탈마다 가지런히 정리된 포도밭이 뒤덮고 있다. 고개를 들어 시선을 멀리 던지면 흰 눈을 뒤집어쓴 알프스의 산봉우리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피에몬테의 주요 와인 산지인 알바 지역에 머물며 주변 풍경을 바라볼 때마다 꼭 영화 포스터나 달력 사진 속에 들어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알바 근처에서 생산되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와인은 토스카나의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와 함께 이탈리아 최고급 와인으로 꼽힌다. 토스카나의 와인메이커들이 일찌감치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등 프랑스 품종을 들여오고 양조기법을 바꾸며 ‘슈퍼 토스카나’라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반면,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는 여전히 토착 품종인 네비올로 100%를 고집하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명품’의 지위가 굳건하다.
피오 체사레 와이너리 지하 저장고에 보관 중인 오래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홍신애 제공
피에몬테의 자랑인 화이트 트러플. 크기가 주먹만 하다. 홍신애 제공
‘억’ 소리 나게 비싸지만… 알바는 와인 못지않게 트러플로도 유명한 동네다. 그것도 화이트 트러플이다. 이 지역 사람들은 ‘블랙 트러플은 돼지나 먹는 것’이라고 말한다니 이 특산품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다. 트러플은 10월 말부터 11월에 걸쳐 수확한다. 마침 수확철을 맞아 거리 곳곳에서는 화이트 트러플 축제를 알리는 홍보물이 쉽게 눈에 띄었다. 알바 시내는 생각보다 작았다. 두 발로 샅샅이 훑었다. 조금 과장해서 서너 집 건너 한 집마다 트러플을 팔았다. 치즈나 육가공품, 올리브유 등에 혼합한 제품도 흔했다. 특유의 향이 발길 닿는 곳마다 코를 들뜨게 했다. 트러플은 땅속에 박혀 자라는 종균 형태의 덩어리 버섯이기 때문에 생으로 얇게 저미거나 다져서 먹는다. 눈앞에서 갈았을 때 풍기는 압도적인 향에 놀라고, 밝은색의 종잇장 같은 단면을 눈으로 즐기며, 입안에서 머릿속까지 울려 퍼지는 맛을 천천히 음미하는 음식이다. 여기에 쌀이나 달걀, 고기 등의 재료가 요리에 곁들여지면 조화롭게 입안에서 변화되는 놀라운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화이트 트러플을 올린 타야린. 홍신애 제공
피에몬테에서 느낀 평양음식 이탈리아 파스타는 간이 세고 면이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이들이 많은 줄 안다. 그런 분들께 피에몬테의 파스타를 드셔보라고 하고 싶다. 색이 진한 노른자를 듬뿍 풀어 손으로 반죽해 칼국수처럼 칼로 썰고 삶아서 버터에 버무려 먹는 타야린(피에몬테에서 즐겨 먹는 얇고 긴 면 파스타), 포르치니 버섯과 쇠고기, 치즈 등을 채워 넣고 작게 빚는 피에몬테식 라비올리(이탈리아식 만두) 아뇰로티, 쌀 주산지답게 고소하고 향이 좋은 쌀에 치즈나 버터만 간단히 섞어 만드는 리소토까지. 무얼 선택해도 좋다.
파르미자노레자노 치즈로 간단히 맛을 낸 리소토. 홍신애 제공
피에몬테식 라비올리(이탈리아식 만두) 아뇰로티. 홍신애 제공
살라미를 자르는 요리사. 홍신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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