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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일단 마구마구 던져라

등록 2021-07-02 08:59수정 2021-07-02 09:24

그림 김태권
그림 김태권

영감을 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꿈을 꾸던 중에 또는 호젓한 곳을 산책하던 중에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경우도 있다. 글쎄, 난들 싫어서 안 하나, 마감 시간에 맞추지 못해서 못할 뿐이지. 우리 대부분은 시간에 쫓기며 산다. 급할 때 아이디어 짜내는 방법을 연구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오늘 소개해 드릴 방법을 나는 ‘혼자서 하는 브레인스토밍’이라고 부른다. 사실 잘못된 이름이다. 브레인스토밍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이 모여 아무 말이나 떠드는 발상법이다. 그런데 ‘아무 말 대잔치’치고 만만하지 않다. 사람도 모여야 하고 브레인스토밍할 때 지켜야 할 규칙도 까다롭다.

그래서 나는 요즘 이렇게 한다. ① 먼저 지금 고민하는 주제를 적는다. 예를 들어 ‘원고 마감’ 또는 ‘아이디어’ 같은 단어들 말이다. ② 다음으로 주제와 관련된 질문을 마구 던진다. 주의할 점이 있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구 던져야’ 한다. 그래야 엉뚱한 질문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③ 생각은 그다음 단계에 한다. 아무리 별생각 없는 질문이라도 일단 질문의 수가 많으면 그 가운데 한두 가지는 괜찮은 것이 있다. 눈을 감고 마구잡이로 돌을 던져도 가끔 몇 개는 무언가를 맞추는 법이다. ④ 떠오르는 생각을 간단한 구절이나 문장으로 적어둔다. ⑤ 이렇게 얻은 아이디어들을 정리한다.

이 과정을 도와줄 사이트를 만들어 보았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접속해 아이디어를 정리할 수 있다. 독자님도 이용해 보십사 QR코드를 배포한다. 주제어를 입력하면, 〈한겨레〉 기사에서 뽑은 단어를 무작위로 골라 자동으로 아무 질문이나 만들어준다. 질문 중 몇 개를 골라 답을 적도록 메모장도 아래 덧붙였다. 이 사이트를 이용해 나는 이번 칼럼을 썼다. 면도하면서도 썼다. 스마트폰 화면으로 질문을 보고 음성인식으로 메모장을 적었다.

첫 주제어로 ‘원고 마감’을 입력했다. 자동 생성된 첫 질문을 보고 나는 당황해 ‘피식’ 웃었다. 컴퓨터가 이렇게 물었기 때문이다. “원고 마감과 행복?” 그래, 내가 원고 마감을 어서 마쳐야 나도 담당 기자도 행복할 텐데. (죄송합니다) 다음 주제어로는 ‘아이디어’를 넣어 보았다. 역시 흥미로운 질문이 나온다. “아이디어와 창조성?” 두 가지 답을 떠올렸다. 하나는 ‘창조성을 타고난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는 문장이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식상하고 재미가 없는 의견이다. 다른 하나는 ‘창조성이 없는 사람도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는 상반된 문장이다. 상식과 달라 마음에 든다. “좋은 생각이란 무엇인가? 남과 다른 생각, 아이러니가 깃든 생각, 엉뚱한 생각이다.” 창조성을 다룬 책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아이디어와 인터넷?” 또는 “아이디어와 생활?” 또는 “아이디어와 지식?” 같은 질문도 생성되었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질문이다. 물론 영양가 없는 질문도 많다. 직접 해 보니 질문 열네 개 가운데 답을 해볼 만한 질문이 서너 개만 나와도 성공이다. 그래도 걱정 없다. 주제어를 바꿔가며 고만고만한 생각을 쥐어짜다 보면 더러 창의력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도 나온다. 혼자서 하는 작업이지만 브레인스토밍과 닮았다고 내가 주장하는 이유다. ‘어처구니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도 비판하지 말고 일단 적어두자’는 것이 브레인스토밍할 때 가장 중요한 규칙이다(가장 어려운 규칙이기도 하다). 일단 떠오르는 생각을 써내려가는 일부터 하고, 비판적 검토는 나중으로 미룬다. 그래야 정해진 시간 안에 쓸만한 아이디어를 끄집어낼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이 방법을 써도 영감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 어쩌면 휴식이 부족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푹 자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일부러 쉬거나 딴청을 피우는 기술이 있다. 다음 글에서 알아보자.

김태권(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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