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25 한 점주 ‘페미니스트 안 뽑아’ 채용 공고 본사 “이미지 손상에 해당 점주 제재 검토” 답변 ‘비공식’ 사과인데다 ‘성차별 사과’ 적시 없어 5년 전 제품광고서 ‘된장녀’묘사 써 뭇매… 여성 임원은 ‘0명’
“본사 차원에서 해당 점포의 당사 이미지 손상에 대한 강한 제재조치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지에스(GS)리테일이 지난 16일 한 소비자에게 보낸 답변의 일부다. 사흘 전인 13일 지에스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한 가맹점주가 아르바이트 직원을 뽑으면서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 ‘오또케오또케 하지 않는 분’이라는 성차별 문구를 담은 공고문을 구인구직 사이트에 올려 논란이 됐다.
이에 한 소비자가 지에스리테일 홈페이지 일대일 상담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렸다. 지에스리테일은 “이미지 손상 제재 검토”를 언급하며 “물의를 일으킨 점 사과드린다. 즉각 해당 점주분께 연락드려 공고 삭제를 요청했다. 유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채용 공고 논란과 관련해 지에스리테일이 게재한 입장문은 현재까지 이 글이 유일하다.
GS25 가맹점 중 한 곳이 구인구직 누리집 ‘알바몬’에 올린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채용공고. 현재 공고는 내려간 상태다.
가맹점 관리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는 지에스리테일은 공식 입장문이나 사과문을 내지 않았다. 대신 문제를 제기한 소비자에게만 답변을 보냈고, 그나마도 성차별 채용이라는 문제를 정확하게 적시하지 않았다.
지에스리테일 쪽은 19일 <한겨레>에 “개별 가맹점주가 잘못된 행동을 했음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브랜드 이미지를 실추한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당 가맹점주에게 경고성 내용증명도 발송한 상태”라면서도 “본사 차원의 추가 입장문·사과문 발표는 현재까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지에스리테일은 ‘브랜드 이미지 실추’ ‘이미지 손상’ 등 가맹점주로 인해 오히려 자신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로 제한한 해당 채용 공고는 헌법은 물론 남녀고용평등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위반 소지가 크다.
여성가족부는 “페미니즘이라는 개인의 신념을 이유로 채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채용 조건에) ‘소극적 태도’라는 중립적 문구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오또케오또케’라는 여성혐오적 표현을 사용한 점을 종합하면 이 공고는 성차별적 모집 공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오또케오또케’는 ‘어떡해’를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으로, 여성은 긴급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고 비하할 때 주로 사용하는 혐오표현이다.
지에스리테일은 5년 전에도 성차별적 광고를 제작해 비판받았다. 2016년 6월 공개한 신제품 스무디 온라인 광고에 명품 쇼핑백을 든 여성을 등장시키고 “된장각”이라는 자막을 달았다. 비판이 거세지자 공식사과 없이 “여성 비하 의도는 없었다. (해당 표현이)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판단해 해당 영상을 내리고 수정해 재업로드했다”고만 답했다.
지에스리테일이 공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 임원(등기·미등기 포함)은 전원 남성이다(2020년 12월 기준).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 국내 200대 기업 평균 여성 임원 비율은 4.5%다.(2020년 9월 기준, CEO스코어 조사)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