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진 동아제약 사장. 유튜브 <네고왕2> 갈무리
동아제약 성차별 면접이 공론화한 뒤 SNS에서는 자신도 면접 과정에서 성차별적 발언을 들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흔하게 벌어지는 성차별적 면접을 진행한 기업을 처벌하거나 제재를 가할 방법이 있을까?
12일 <한겨레> 취재에 응한 전문가들은 고용·채용 절차 상의 차별적 처우를 금지한 현행 관련법으로는 면접 과정에서 발생한 성차별을 처벌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다수 피해 사례에도 불구하고 면접 성차별 처벌은 입법 공백 상태에 있다는 뜻이다.
고용 과정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한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을 동아제약 면접과 같은 사례에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견해다. 남녀고용평등법 제7조(모집과 채용)는 사업주가 “여성 근로자를 모집하거나 채용할 때 직무 수행과 무관한 용모·키·체중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법의 해당 조항은 통상 채용공고에 내건 채용 조건상의 성차별을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규정이다. 구미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법조항을 적극적으로 해석해도 면접 과정에서의 차별적인 발언만으로 채용차별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채용절차를 규율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적용도 쉽지 않다. 채용절차법 제4조의3(출신지역 등 개인정보 요구금지)는 구인자가 구직자의 직무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키·체중 등 신체적 조건 △출신지역·혼인여부·재산 등의 정보를 기초심사자료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면접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성차별적 발언 등을 금지하는 규정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동아제약의 성차별 질문이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 규정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은 있다. 이 법은 “고용(모집·채용·승진 등)과 관련해 특정한 사람을 우대·배제·구별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보고 있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을 이유로 불리한 질문을 했다면 고용과 관련해 불리하게 대우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권위가 성차별 면접을 차별행위로 판단해 시정을 요구하더라도 권고적 효력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다.
이번 동아제약 사태를 계기로 면접 과정에서의 성차별적 질문을 제재할 법적 수단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입법적 공백을 막기 위해 관련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지영 변호사는 “면접 과정에서는 성차별적 질문뿐만 아니라 사상에 대한 검열 등 피면접자에 대한 다양한 인권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차별적 질문이나 발언을 금지하는 규정을 신설하는 등의 방식으로 채용절차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법 개정을 하지 않더라도 고용노동부의 적극적인 조처가 있으면 기업이 차별적 면접 질문을 시정하도록 지도하는 게 가능하다는 견해도 있다. 구 연구위원은 “면접에서의 차별적 발언에 대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이나 익명신고가 접수되면 근로감독관이 문제점을 지적하고 재발방지 노력을 요청하는 방식으로 지도하는 것은 이미 가능하다. 노동부 익명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들이 그렇게 처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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