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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낙태죄 폐지 특별페이지 https://www.hani.co.kr/arti/delete
지난 10월15일 한국여성민우회는 ‘낙태죄 전면폐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를 열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낙태죄가 헌법불합치하다고 결정했는데도, 정부의 낙태죄 개정안이 임신 주수와 사유에 따라 임신중지를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시민들이 모여 분노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6시간15분의 이어 말하기에는 6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습니다. 직접 나서 또는 영상으로 또는 편지로 임신중지와 그 권리를 말했습니다. <한겨레>는 안전하게 임신중지할 권리, 건강할 권리를 이야기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낙태죄 폐지’ 페이지에 이어 싣습니다.
자료 제공 : 한국여성민우회
■목소리 7: 김영순
저는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60대 여성입니다. 제주여민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시대착오적이고 반인권적인 낙태죄 형법 부활에 반대합니다.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낙태죄에 대해서 헌법 불일치 결정을 내렸고 전국의 여성들은 환영했습니다. 헌재가 결정을 내린 것은 국가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걸 인정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아이가 셋이 있습니다. 셋째를 출산한 91년에는 셋째 아이는 의료보험 적용이 안되어서 제왕절개 수술에 돈이 많이 들었습니다. 국가가 저출산 정책을 펴던 시절에는 낙태죄가 존재했으나 가족계획이라는 미명하에 낙태를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국가는 사문화된 법 위반 사항을 저출산 정책을 추구하면서 낙태죄에 대해서 눈을 감았죠.
여성의 몸은 국가의 인구정책에 따라서 범죄가 되었다 되지 않았다, 이런 걸 언제까지 반복해야 합니까. 우리는 사문화된 형법 제27장의 낙태죄 위헌성을 지적하면서 경제적 사회적으로 여성을 범죄자로 만드는 법을 거부하려는 것입니다. 언제까지 여성이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법범자로 낙인찍히는 사회에 살아야합니까.
사회가 변하여 경제활동과 육아를 동시에 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에서 여전히 독박육아, 경력단절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 성평등이 이뤄지지 않는 사회, 유리천장이 있는 사회, 그리고 국민들이 가정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구분짓는 사회, 그리고 각종 젠더폭력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는 사회에서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발상은 누가 주도한 것일까. 페미니스트를 자청하는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인가요. 여성의 몸과 관련한 법률을 재개정하면서 여성들의 의견수렴도 하지 않고 누구와 밀실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재생산권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반인권적, 시대착오적 개정안을 만들었는가, 청와대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는 현실에서, 대체 누가 이것을 주도하고 있습니까.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이 낙태죄가 무서워서 아이를 낳을까요? 음성적으로, 비 위생적인 환경에서 은밀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여성의 건강은 더 열악한 상황으로 몰고가겠죠.
2016년 사문화된 낙태죄 시행령을 강화했던 적이 있습니다. 불법시술을 한 의사의 면허정지를 시키겠다. 이런 강력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한 그 때부터 2019년 위헌 판결이 날 때까지 우리나라의 출산률은 증가했습니까?
내 몸의 결정권은 나에게 있습니다. 임신 중단과 관련된 OECD 국가의 사례와 유엔의 기조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형법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2016년 유엔경제사회이사회는 임신중지에 사용되는 약물을 포함해서 필수의약품들을 이용할 수 있어야된다고 밝힌바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낙태죄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 안전한 임신중단 약물인 미페프리스톤 등의 약물을 국가적 차원에서 여성 홈리스, 불법이주여성을 포함해서 모든 여성에게 무료로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나 법무부는 24주 이내에 낙태가 가능한 조건으로 사회적, 경제적 이슈로 임신한 여성을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하거나 처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24시간이 경과하여야한다고 했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경우 국가가 정한 상담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여성의 입장을 생각해본 적 있습니까?
국가는 여성을 인격을 가진 국민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낙태죄 폐지를 반대하는 기독교 생명윤리위원회 사무총장은 낙태를 허용하면 안된다고 하면서 남성도 책임을 지게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서는 그런 주장이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이 가능하도록 한 남성을 먼저 처벌해야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재생산 관련 그 어떤 한 사람의 여성도 처벌받지 않는 그날까지 우리는 낙태죄 폐지를 외칠 것입니다. 저는 제주도에서 그 일을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