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사회주의 페미니스트 100인 선언 주최로 ’여성의 몸에 대한 국가통제 반대! 낙태죄 전면 폐지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
임신 24주 이전에 한해 임신중지를 허용하는 ‘절충안’을 준비해온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수 제한’ 없이 임신중지를 전면 허용하는 쪽으로 법안을 새롭게 다듬고 있다. 같은 당 권인숙 의원과 정의당 이은주 의원 발의안 등 ‘낙태죄 폐지’를 내건 국회의원 3명의 법안이 모두 주수 제한을 없애는 쪽으로 모아진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낙태죄 관련 법안 심사에 앞서 시민사회 의견을 모으기 위해 오는 12월 초 공청회를 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원입법 법안 발의에는 국회의원 1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1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박 의원은
낙태죄를 폐지하고 임신 24주 전까지는 임신중지를 전면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 10명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했다.
임신 14주 이내에는 임신중지를 허용하되 ‘유전적 질환, 성범죄,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때’는 24주 이내에도 가능하게 한 정부안이 시민사회계의 반발을 부르자, 박 의원은 주수 제한 범위를 24주까지 넓히는 절충안을 준비해왔다.
여성계에서는 사람마다 신체적인 조건과 상황이 달라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에서, 주수에 따라 임신중지 허용 여부를 달리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실제로 낙태죄 폐지에 긍정적인 민주당 의원들도 박 의원의 절충안이 ‘주수 제한’ 조항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법안 동의에 난색을 보였다고 한다.
이에 박 의원은 ‘주수 제한’을 없애는 내용으로 새로운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박 의원 쪽 관계자는 “시민사회에서 주수 제한의 불합리성을 강하게 피력하는 상황에서 주수 제한이 남아있는 ‘절충적 법안’이 오히려 어디에서도 찬성을 얻기 힘들다는 점을 확인했다. 주수 제한만 없애면 (동의)해주겠다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박 의원이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면, 형법 27조에 규정된 ‘낙태의 죄’ 폐지를 내건 여야 의원들의 법안 3개는 모두 정부안과 달리 ‘주수 제한’이 사라지게 된다.
같은 당 권인숙 의원이 지난달 발의한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임신 주수나 사유의 제한 없이 충분한 정보 제공과 지원에 바탕을 둔 임신부의 판단으로 임신중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정의당이 지난 3일 당론으로 발의한 ‘
낙태죄 전면폐지 3법’(대표발의 이은주 의원)은 이에 더해 인공 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여성도 유산·사산 휴가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지난 3일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
낙태죄 전면 폐지와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국회 국민동의청원)도 국회 보건복지원회와 법사위·행정안전위원회 등에 회부돼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해당 청원의 소관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안의 입법 예고기간이 오는 16일 끝나면 법안과 함께 국민청원에 담긴 내용도 함께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형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법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정부안과 함께 국민청원과 결을 같이하는 권인숙 안·이은주 안 등이 함께 발의된 상태이기 때문에 (국민청원이) 법안과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국회 법사위는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 오는 12월 초 공청회를 연 뒤 낙태죄 관련 형법 개정안 심사에 돌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사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낙태죄 폐지에 견해가 다른 전문가 등을 불러서 공식적인 회의록이 남는 자리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것으로, 성사되면 이번 논의에서 중요한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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