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4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맞아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증언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전쟁 성폭력 생존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길원옥 할머니를 만났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길원옥 할머니, 아칸 실비아 오발, 바스피예 블레어, 타티아나 무카니레, 김복동 할머니.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제6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세계 전시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이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연대와 노력을 촉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전시성폭력 생존자들이 1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를 만나 따뜻한 위로와 연대의 힘을 나눴다. 이날 평화의 우리집을 방문한 세 사람은 우간다 출신의 아칸 실비아 오발, 코소보의 바스피예 블레어, 콩고의 타티아나 무카니레.
8.14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맞아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증언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전쟁 성폭력 생존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따뜻한 포옹으로 할머니들께 첫인사를 전한 아칸 실비아는 “할머니와 직접 만나게 되어 영광”이라며 미소지었다. 이어 그는 “우간다에는 저와 같은 피해자들이 아주 많다. 제가 한국으로 할머니를 뵈러 간다고 하니 마을 사람들이 꼭 안부를 전해달라 부탁했다”며 “우간다에 돌아가 할머니가 해준 이야기들을 다시 사람들에게 전해주겠다. 사랑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제1회 김복동 평화상 수상자 아칸 실비아 오발. 이정아 기자
아칸 실비아 오발은 우간다의 전쟁 피해 생존자다. 오발의 아버지는 전쟁 중 살해됐고, 어머니는 반군에 납치돼 생사가 불분명하다. 언니도 납치·살해됐다. 비극 속에서도 살아남아 성장한 그는 2011년 ‘골든 우먼 비전 인 우간다’라는 단체를 꾸려 우간다 북부에서 무력 분쟁으로 피해를 본 여성과 아동의 인권 회복을 위해 활동하고 이들의 자활을 도왔다. 이 공로로 제1회 김복동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코소보에서 온 바스피예 블레어도 1990년대 후반 코소보 지역에서 일어난 전시성폭력 범죄에 대해 증언한 생존자다. 그를 비롯한 생존자들이 2000년 유엔 인권 기구에 직접 문제를 제기해 유엔이 2014년 코소보 피해자들에 대한 재정지원 결의안을 채택하고 현재 정부가 피해자를 지원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쉽지 않았다. 생존자들은 피해 이후 지역사회 안에서 배제되고 트라우마에 시달려야했다. 그러나 이들은 피해자로 남아 계속 상처받는 대신, 지역사회 안에서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했고 이를 위해 전체 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다양한 활동으로 강조하고 있다.
코소보의 전시성폭력 생존자 바스피예 블레어가 1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의 증언을 들으며 눈물흘리고 있다. 이정아 기자
생존자들의 여러 상황을 들은 김복동 할머니는 내전 등 분쟁이 발생할 때 여성과 아동처럼 그 사회의 약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어 할머니는 “열심히, 열심히 살다보면 뭔가가 될 때가 나오겠지. 좌절하지 말고 열심히 살아보라”고 생존자들을 위로했다. 길원옥 할머니도 “힘내시라”며 “우리는 어떻게든 견뎌내서 우리 다음 세대들이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지켜주자”고 이들을 격려했다. 이들은 아흔이 넘은 할머니들의 나이를 전해듣고 깜짝 놀라며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성인권활동가로서 현장을 지키는 할머니들의 의지와 헌신에 존경하는 마음을 전했다.
김복동 할머니가 1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각국의 전시 성폭력 생존자를 만나 증언을 듣고 있다. 이정아 기자
길원옥 할머니의 노래를 청해 듣고 박수치는 분쟁지역 성폭력 생존자들. 8.14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을 맞아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에서 증언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전쟁 성폭력 생존자들이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길원옥 할머니를 만났다. 두 할머니는 이날 생존자들을 만나 "우리는 어떻게든 견뎌내서 우리 다음 세대들이 같은 아픔을 겪지 않도록 지켜주자"고 격려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길원옥 할머니, 아칸 실비아(우간다), 바스피예 블레어(코소보), 타티아나 무카니레(콩고), 김복동 할머니. 이정아 기자
길원옥 할머니와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1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에서 전시성폭력 생존자들을 배웅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김복동 할머니와 이들은 14일 오후 1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리는 기림일 주간 국제 심포지엄('73년간의 기다림, 마침내 해방! 세계 무력분쟁 성폭력 생존자들의 목소리')에서 세대와 지역을 초월해 전시 성폭력 생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증언하고 이후 이를 회복하고 여성인권을 향상시키기 위해 싸워온 이야기들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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