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순 미국 올드도미니언대 교수
[토요판] 엄마의 콤플렉스
<미스틱 리버>라는 영화가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숀 펜, 케빈 베이컨, 팀 로빈스가 출연한 영화다. 미스틱강이 흐르는 보스턴 외곽, 단짝으로 어울리던 세 소년 중 한 아이가 어느 날 성도착자에게 납치를 당한다. 며칠 뒤 아이는 구조되지만 그 트라우마는 세 아이 모두에게 깊은 상처로 남는다. 폭행당한 팀 로빈스는 물론이고, 백주대낮에 친구가 끌려가는 것을 무력하게 바라보던 숀 펜과 케빈 베이컨은 그 자책감으로 말미암아 다시 돌아온 친구에게 다가서질 못한다. 세월이 흐르고 여전히 같은 마을에 살던 세 사람이 다시 엮이게 되는 건, 숀 펜의 딸이 어느 날 성폭행 뒤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루어 숀 펜은 그 범인이 팀 로빈스라고 단정짓게 되고 결국 그를 살해한다. 반전은 여기부터다. 팀 로빈스가 죽은 뒤, 그가 무고했다는 증거가 드러나고 진범이 잡히지만 형사가 된 케빈 베이컨은 숀 펜의 살인죄를 묵인하고 은폐한다.
이 영화는 관객을 참 불편하게 한다. 숀 펜이 친구를 살해할 때까지 관객은 철저히, 유린당한 딸의 복수를 위해 옛 친구에게 총구를 겨누는 아버지의 편에 서게 된다. 모래톱에서 애걸복걸하며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매달리는 팀 로빈스는 그 처절함 때문에 더 의심스럽고, 그를 쏴 죽이는 아버지에게서 일종의 카타르시스까지 느낀다. 그런데 범인이 아니라니…. 감독이 노린 것은 바로 그 지점이었을 것이다. “당신은 왜 이 사람을 범인이라고 의심했습니까?”
영화를 보고 찜찜해하기는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나도 팀 로빈스가 범인인 줄 알았어.” “왜?” “…….” 우린 쉽게 입을 열지 못했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두려움. 누군가 무고하게 상처를 입고 고통받을 때 우리는 일말의 연민을 느끼지만 동시에,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경계심과 두려움을 쌓아간다.
가난한 미혼모 슬하에서 외롭게 자랐거나 술과 폭력에 찌든 아버지에게 학대받은 아이들을 대할 때, 부모로서 내가 가지는 위선은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 아이들이 안쓰럽고 측은하지만, 내 아이가 그들과 단짝 친구가 되는 걸 원하지 않는다. 묻지마 범죄와 아동 성폭행이 줄을 이을 때 우리는 모두 피해자 부모에게 감정이입을 하며 치를 떤다. 그 파렴치범들도 한때는 가엾고 외로운 아이였고 단 한군데라도 맘 붙일 곳이 있었다면 지금 그곳에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가정 따위는 묻어둔다. “거세하라”“사형하라” 목소리를 높이지만, 성폭행범을 거세하는 플로리다와 텍사스의 성범죄율이 최근 5년간 각각 74%, 47% 증가했고 미국에서 사형제를 채택한 주의 평균 범죄율이 그렇지 않은 주에 비해 지난 10여년 내내 30~40%가 높았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는 외면한다. 청년실업과 방치된 아이들에 대한 근본적 해법 없이 처벌의 강도만 높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우리 침묵과 위선의 카르텔 속에서 범죄의 씨앗이 잉태된다.
이진순 미국 올드도미니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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