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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한국여성학회 “여가부 폐지는 국민 기망행위”

등록 2022-10-14 15:23수정 2022-10-14 15:29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설명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여성가족부를 폐지하려는 정부·여당의 정부조직 개편안을 놓고 여성 단체들이 잇따라 반대 성명을 발표한 가운데, 학계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국여성학회는 14일 입장문을 내어 “여가부 폐지를 통해 ‘양성평등’을 구현하겠다는 정부조직 개편안은 국민에 대한 기망”이라며 “(정부·여당은) 개편안을 철회하고 성평등의 국가 비전과 목표를 설정해 (지금의 여가부를) ‘성평등증진부’와 같은 독립부처로 그 위상과 기능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 한국여성학회는 여성학, 사회과학, 인문학, 보건의료 등 여러 분야의 교수·연구자 1천여명이 활동 중인 여성·젠더 연구 학술단체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지난 6일 정부조직 개편안을 발표했고,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튿날 여가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13일 <한국방송>(KBS) 시사 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해 “지난 20년 동안 여가부가 호주제 폐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상당한 성과를 낸 것은 맞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변화된 사회 환경이나 청년층의 인식을 반영하지 못했고 ‘젠더 갈등’, 권력형 성범죄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여가부 개편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러나 한국여성학회는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을 두고 “기망적”이라고 비판했다. “여가부 폐지를 외쳐왔던 일부 극우 남성의 대중추수주의(포퓰리즘)에 부합해 이번 조직 개편안이 이뤄졌다는 점에서”다. 이 학회는 “학교, 일터, 거리, 군대, 미디어 등 사회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젠더폭력을 끝내기 위해서는 국가와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하는 길밖엔 없다. 이것이 궁극적으로 ‘젠더 갈등’을 없애는 길”이라고 밝혔다.

젠더 기반 폭력을 바라보는 정부·여당의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김현숙 장관은 지난 7월 ‘인하대 성폭행 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학생 안전의 문제”라고 말했다가 지난 8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 때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발언을 정정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2일 페이스북에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해 “비극을 남녀갈등 소재로 동원하는 것은 지극히 부적절하다”고 썼다.

이에 한국여성학회는 “정부는 젠더 폭력의 위계적 구조를 인정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젠더 폭력을 줄여나가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지도자의 정치적 책무이자 국제 사회와의 약속이며, 국가의 위엄을 지키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이번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해 “성평등 정책의 전반적 후퇴로 이어질 것”이라며 “성평등부와 같은 전담기구 개편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이를 국회에 전달하기로 의결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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