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린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 참석해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관련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정부·여당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관련 기능을 보건복지부 산하 조직으로 이관하는 방안을 정부조직 개편안에 담기로 가닥을 잡으면서, 성평등 정책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등 정치적 위기 때마다 당정이 ‘여가부 폐지’를 들고나왔다는 점에서 여가부를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가 성평등 정책 총괄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부처가 여가부인데, 이를 복지부 업무 중 하나로 편입시킨다는 것은 과연 현 정부에 성평등 정책 추진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만일 그런 의지가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정부조직을 개편하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여가부가 업무 영역이 광범위한 복지부의 본부로 편입되면 기존 여가부가 수행하던 업무 수행 기능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며 “이는 기능 존속이 아니라 폐지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이번 정부조직 개편 방향은 과거 이명박 정부의 여가부 축소보다 더욱 심각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여가부의 가족·보육 업무를 복지부로 이관하는 등 여가부 조직 규모를 줄인 바 있다. 이름도 여성가족부에서 가족을 떼어내 여성부로 바꿨지만, 독립 부서 자체를 없앤 것은 아니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2010년 가족·청소년 업무를 여성부에 이관해 다시 여성가족부로 확대·개편했다.
여성정책 시계를 2001년 이전으로 돌린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은경 한국와이더블유시에이(YWCA)연합회 성평등정책위원장은 “여가부가 2001년 여성부라는 여성정책 전담 독립부처로 출범할 수 있었던 배경은 독립부처가 아니면 부처 간 여성정책 조율이 어렵고 다른 부서 협조를 얻는 데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개편 방안은 무지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비판했다.
당정이 여가부 문제를 정략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도 있다.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는 “정부와 여당은 국정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여가부 폐지를 외치고 있다”며 “이번 개편안도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할 수밖에 없는 안으로 국회 통과를 목표로 한다기보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 논란을 돌파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 286개 여성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성명을 내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선 국면에서부터 대통령 지지율 24%라는 최저점을 찍은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위기마다 ‘여성가족부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이는 구조적 성차별과 여성의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특정 집단의 지지율을 끌어내보려는 무지몽매한 자충수에 불과하다. 여성 인권을 볼모로 정치적 꼼수를 부리는 정부·여당은 여가부 폐지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밝혔다.
오세진 이주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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