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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신당역 살인≠여성혐오” 여가부 장관…“문제 해결 못할 인식”

등록 2022-09-16 15:48수정 2022-09-16 22:34

김현숙 “여-남 프레임 동의 못 해”
여성들 분노 큰 데 대해서는 묵묵부답
인하대 추락 사망 때도 “안전 문제” 축소
이후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 정정” 뒤집어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 마련된 ‘스토킹 범죄’ 피해자 추모공간에 16일 낮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방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 마련된 ‘스토킹 범죄’ 피해자 추모공간에 16일 낮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방문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신당역 스토킹 살인 피해자 추모공간을 찾은 자리에서 “(이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망언이다”“사과해야 한다” 등 비판이 쏟아졌다.

김현숙 장관은 16일 12시20분께 신당역 추모공간에서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범죄로 보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사건을) 여성과 남성의 프레임으로 보는 것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정말 강력한 스토킹 살인 사건이어서 엄정한 법 집행과 피해자가 어떻게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혐오’는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과 거기에서 비롯한 낙인, 폭력 등을 일컫는다. 외모 평가부터 디지털성범죄, 여성살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김현숙 장관은 헌화 뒤 ‘비통한 심정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여가부 장관’이라는 문구를 써 추모공간 벽면에 붙였다.

하지만 김 장관은 신당역장과의 면담 뒤 <한겨레>와 따로 만나 ‘인하대 사건 때는 ‘안전 문제’라고 했다가 여성 폭력이 맞는다고 나중에 정정했는데 왜 이번 사건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고 말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말한 적 없다. 여성에 대한 폭력이 아니라고 말한 적이 없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했다. 여성들의 분노가 큰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장관은 지난 7월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사건에 대해 “이건 학생 안전의 문제지 남녀를 나눠 갈등을 증폭하는 건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발언했었다. 김 장관은 지난달 18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사건에 대한 입장을 다시 묻는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정정하겠다”고 했다.

이날 신당역 추모공간을 찾은 국회 여가위 소속 몇몇 의원들은 김 장관의 인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인 권인숙 의원은 “스토킹, 불법촬영 배포 등은 굉장히 심각한 수준의 젠더 폭력 범죄다. 특히 상해나 살해로 이어지는 성폭력 범죄는 여성을 소유물로 여기는 잘못된 통념이 작동하는 문제”라며 “우리 사회에서 젠더 폭력을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스토킹 범죄뿐 아니라 강간·성추행 등의 많은 성범죄 피해자 중 약 90%가 여성이다. 여성이 겪는 폭력에 대한 현실을 인정해야 그에 맞는 대책도 마련하는 것인데 여가부 장관의 발언에 문제 해결을 할 수 없는 인식이 보여 우려스럽다”고 했다.

여성 청년 정치인들의 질타도 이어졌다. 피해자 추모공간을 찾은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번 사건을 “여성혐오 살인 사건”이라고 명명하며 “김현숙 장관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한겨레>에 “김현숙 장관은 (추모 문구에) 비통한 심정이라고 썼는데 그러면서 (이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했다. 그걸 보는 국민의 심정이 더 비통할 것”이라고 했다. 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부처의 모든 사람이 인식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은 “정부 부처에서 모든 사람에게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사건은 젠더폭력”임을 강조했다. 장 의원은 “지금껏 정치권은 젠더에 기반한 범죄를 예방하고 처벌하기 위해 여러 법안을 만들었지만 피해자를 번번이 지켜내지 못했다”며 “인하대 성폭력 사망 사건, 제2엔번방 사건, 그리고 지금 우리가 마주한 신당역 살인사건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범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 그 증거”라고 지적했다. 시스템과 정치가 모두 “실패했다”고도 했다. 장 의원은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부정하는 정치가 결국 이런 비극으로 이어졌다”며 “사건을 정확한 이름으로 규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이 사건은 명백한 젠더폭력이다”고 했다.

진보당 인권위원회는 이날 논평을 내어 “김현숙 장관이 이번 사건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는 망언을 내뱉었다”며 “여성에게 가해지는 여성혐오가 집약된 명백한 여성혐오 범죄”라고 지적했다. 또 김 장관이 “여성과 남성의 프레임으로 봐선 안 된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스토킹 피해자와 성폭력 피해자의 절대다수가 여성인 한국사회에서 이번 사건은 여성과 남성 간 젠더폭력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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