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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배우자·연인의 폭력, 장애여성이 더 많이 당했다

등록 2022-08-29 16:39수정 2022-08-29 21:00

여가부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공개
폭력 경험 장애여성 22%·비장애여성 15%
이주여성, 비이주여성보다 ‘통제’ 피해 커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국 현장단체 535개가 모인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회원들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전국 현장단체 535개가 모인 ‘여성폭력피해자지원현장단체연대’ 회원들이 지난 4월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근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철회 촉구 집회를 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친밀한 관계에서의 여성폭력에 대한 정부 차원의 첫 조사에서 장애여성이 비장애여성보다 배우자·연인의 폭력에 더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여성가족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진행한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보면, 조사 결과 장애여성 가운데 배우자나 연인 등으로부터 신체적·성적·정신적·경제적 폭력 및 통제 피해를 평생에 한 번이라도 경험한 비율은 22.2%다. 같은 피해를 경험한 비장애여성은 15.9%였다.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가 장애여성에게 가하는 폭력 유형(복수 응답)은 주로 정서적·신체적 폭력이었다. 장애여성이 과거 또는 현재의 배우자·연인에게 정서적·신체적 폭력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16.2%, 15.1%였다. 정서적 폭력은 상대방에게 욕설과 폭언을 하거나 때리겠다고 협박하는 행위, 면박을 주거나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등을 가리킨다.

배복주 전 장애여성공감 대표는 “장애여성은 장애인이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젠더 위계가 존재하는 비장애인 중심 사회에서 중첩된 취약성을 갖게 된다. 또 장애여성은 노동시장에서 대표적인 취약 계층이기도 하다”며 “배우자나 부모 등 돌봄 제공자가 보호를 이유로 장애여성 일상을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폭력적인 상황이 발생해도 장애여성 입장에서는 자립과 방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은 비이주여성보다 ‘통제’ 피해 경험률이 높았다. 여성폭력 유형 가운데 ‘통제’는 상대방이 어디에 있는지 지나치게 알려고 하거나 친구와 가족, 친척 등 다른 사람을 만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집 밖에서 일하는 것을 막는 행위 등을 포함한다.

비이주여성 가운데 친밀한 관계에 있는 가해자로부터 통제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3.4%였다. 이주여성 가운데 같은 피해를 경험한 비율은 7.9%였다. 연구진은 “결혼이주여성들은 사회적·언어적·문화적 이질성과 함께 사회적 관계망 부족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조건들이 친밀한 관계에 있는 상대방으로부터의 통제 피해를 경험하는데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차원에서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포함한 여성폭력 실태가 처음으로 조사됐지만, 장애여성과 결혼이주여성이 처한 실태 전반을 파악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조사 대상이 적었던 탓이다. 지난해 9월22일부터 10월22일까지 진행된 이번 조사에 응한 전국 19살 이상 여성 7000명 중 장애여성은 1.9%(133명), 결혼이주여성은 2.2%(152명)에 그쳤다. 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연구진도 “이들 취약계층의 폭력 피해율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이들이 (조사 대상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더욱 늘리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배 전 대표도 “같은 여성이라 하더라도 장애, 성별 정체성, 인종, 국적 등에 따라 피해 경험이 다르다”며 “젠더에 기반한 폭력 피해 실태를 파악할 때 이런 요인들도 충분히 고려하고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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