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7월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체적·성적·정서적 폭력부터 스토킹과 직장 내 성희롱까지, 여성폭력의 유형과 종류를 가리지 않고 20대에 피해를 경험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2021 여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평생 △신체적 △성적 △정서적 △통제 등 4개 분야에서 피해를 겪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여성 가운에, 해당 피해를 20대(20∼29살)에 겪었다고 응답한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도드라지게 높았다. 여성폭력방지기본법은 실태조사 목적으로 ‘정책수립의 기초자료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명시한 만큼, 여가부가 조사 결과를 토대로 20대 여성이 겪는 젠더폭력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성적 폭력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 절반 이상인 51%가 20대에 피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제 △정서적 폭력 △신체적 폭력 경험자의 각각 37.7%, 32.5%, 29.6%가 해당 피해를 20대에 겪었다고 응답했다. 오직 경제적 폭력만 30대(40.1%)에 피해 경험이 집중됐다. 스토킹 피해를 겪은 때가 20대였다는 응답 비율 역시 65.1%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여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성희롱 실태조사’에서도 최근 3년간(2018년8월~2021년7월) 성희롱 피해를 한 번이라도 겪었다고 답한 20대 이하 응답자 비율은 5.3%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20대 여성이 느끼는 체감 안전도는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낮았다. ‘현재 우리 사회가 여성폭력 범죄로부터 안전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부정 답변’(전혀 안전하지 않다+별로 안전하지 않다)의 비율은 20대 64.%, 30대 60.8%, 40대 58.3%, 50대 55.6%, 60대 이상 53.7%였다. 20대와 60대 이상의 체감 안전도는 10%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평소 일상생활에서 여성폭력 피해를 입을까 두렵다’는 항목에 대한 ‘긍정 답변’(약간 두렵다+매우 두렵다)은 20대가 47%로 가장 높았고, 60대가 29.6%였다.
이처럼 다수의 지표가 20대 여성을 성폭력의 주된 피해자로 지목하는데도,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20대 남성의 역차별 주장에 귀 기울이겠다고 했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24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가부는 여성들만 만나고 다니고 20대 남성들의 이야기를 듣는 창구는 하나도 없었다. 20대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 느낌 이런 걸 안 받아줬다”고 했다. 그는 또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남성 피해자 비율이 20%가 넘는다”고도 했다. 20대 여성이 부딪히는 구조적 차별은 일축했다. 김 장관은 “여성은 여전히 구조적으로 차별받는 존재라고 얘기하지만, 우리 세대는 그랬지만, 지금 20대는 그렇게 안 느낀다. 여자아이들이 공부도 훨씬 더 잘한다”고 했다.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여성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여가부 장관은 ‘여성가족부의 소명은 끝났다’라고 주장한다. 실태조사를 5개월이나 늦게 발표한데다, 어떠한 보도자료도 배포하지 않고 설명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라며 “현실에 뒤떨어진 인식과 행보가 참담하다”고 했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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