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토킹 행위자의 긴급응급조치 위반에 대한 처벌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불이행죄’ 신설을 추진한다. 공공부문의 중대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도 진행한다.
여성폭력방지위원회(위원회)는 30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제1차 여성폭력방지정책 기본계획 2022년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2019년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라 5년 주기로 여성폭력 방지 계획을 수립하고, 해마다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한다. 올해 계획안에는 19개 중앙행정기관과 17개 시도와 협의해 의결한 120개 세부 과제가 담겼다.
세부 과제 가운데 스토킹 범죄와 군대 내 성폭력 예방·대응 정책이 눈에 띈다. 경찰청은 스토킹 행위자가 긴급응급조치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불이행죄’를 신설한다. 스토킹 처벌법에 따르면, 경찰은 스토킹 행위자에게 100m 접근금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를 따르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으로는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이 전부여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다.
법원이 스토킹 가해자에 대해 잠정조치를 결정하면 이를 의무적으로 경찰에 통보하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기존에는 법원이 내린 잠정조치 결정이 검찰을 거쳐 경찰에 전해져 현장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가정폭력 범죄에도 보다 적극 대응하기 위해 ‘가정폭력재발위험척도’(신고 건수, 가해자 특성 등을 종합해 재발위험성을 수치화)를 개발하고 보고 체계를 강화한다. 예컨대 3회 이상 반복 신고된 사안은 112상황실-경찰서 여성청소년과-시·도 경찰청까지 3중으로 알려 반복 신고에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생기는 상황을 개선한다.
‘군대 내 성폭력 실태조사’의 조사 주기를 3년에서 1년으로 변경한다. 성고충 전문 상담관도 기존 47명에서 102명으로 늘린다. 오는 7월부터 군대 내 성범죄는 민간에서 수사와 재판을 모두 맡게 된다. 여기에 더해 여성가족부는 군대 등 공공부문에서 중대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발생 시 여성가족부 장관이 직접 ‘시정명령’까지 내릴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전에는 현장점검 권한만 있었다.
고용노동부는 사업주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가해 당사자인 경우에만 부과하던 10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법인 대표자’로 확대한다. 같은 직장 내 성희롱을 저질러도 개인 사업주는 과태료 처분을 받지만, 법인 대표는 법 해석에 따라 ‘상급자’로 분류돼 이 처분에서 제외되는 문제가 있었다.
여성가족부는 19살 미만 성범죄 피해 아동·청소년이 법정에 출석하지 않고 성폭력 통합지원센터인 해바라기센터에서 영상증인신문에 참석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19살 미만 성폭력 피해자의 진술녹화영상에 관한 증거능력 특례조항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성범죄 미성년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2차 피해를 입을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