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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경력단절 어머니들, 늦지 않았다”…시청자 울린 KBS 올림픽 해설

등록 2022-02-13 15:56수정 2022-02-13 17:09

출산후 복귀해 기량 선보인 슬로베니아 선수에
“한국선 출산후 경력단절, 많은 포기해야” 해설
‘엄마신화’ 강조나 “여우같다” 등 차별중계서 변화
올림픽 전 해설진 요청으로 ‘성평등 중계 교육’
동메달리스트 슬로베니아의 글로리아 코트니크가 2022년 2월 8일 장자커우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평행 자이언트 슬라롬 결승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동메달리스트 슬로베니아의 글로리아 코트니크가 2022년 2월 8일 장자커우 메달 플라자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평행 자이언트 슬라롬 결승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정말 대한민국의 어머니들이 아이를 출산하면서 경력단절,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제 시작하셔도 됩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코트니크 선수도) 아이를 낳고 은퇴했다가 돌아와서 자신의 최고 커리어를 10대도 아닌, 20대도 아닌 2022년에 만들어냈습니다. 이 선수가 전하는, 던져주는 메시지가 뭐겠습니까.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늦지 않았습니다.”

지난 8일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한국방송(KBS) 박재민 해설위원은 슬로베니아 국가대표 글로리아 코트니크 선수가 동메달을 목에 걸자 이렇게 말했다.

출산 이후 은퇴까지 했을 정도로 심한 슬럼프를 겪었던 선수가 이번 대회에서 최고 기량을 선보였다는 정보를 소개하면서, 박 해설위원은 시청자에게 응원과 지지의 말을 전한 것이다. 통상 기혼·유자녀 선수가 좋은 기록을 세우면 ‘엄마는 강하다’ 식의 모성 신화를 강조하는 멘트가 따라붙는데, 박 해설위원은 출산 여성 다수가 겪는 ‘경력단절’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는 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온라인에서는 “해설을 듣다가 눈물을 흘린 것은 처음이다” “이번 올림픽 전에 KBS가 성평등한 해설을 보여주겠다고 했던 게 기억난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2022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에서 3위에 오른 글로리아 코트니크, AP=연합뉴스
2022베이징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평행대회전에서 3위에 오른 글로리아 코트니크, AP=연합뉴스

글로리아 코트니크 선수와 아들. 글로리아 코트니크 인스타그램 캡처
글로리아 코트니크 선수와 아들. 글로리아 코트니크 인스타그램 캡처

실제 한국방송은 올림픽 개막 한달 전인 1월4일 ‘성평등한 올림픽 중계’를 주제로 방송언어 교육을 실시했다. 아나운서와 해설진이 성평등 중계를 위해 교육이 필요하다고 먼저 제안했고, KBS 성평등센터 주선으로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이 강연했다. 이날 강의에는 해설위원, 캐스터뿐 아니라 피디, 작가 등 중계 방송단 전원이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했다.

권김현영 소장은 13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수업에서 ‘시청자들이 정말 듣고 싶어하는 것은 저 선수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노력을 해서 이런 성과를 일구어냈는지에 대한 전문적인 해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며 “가족 중심적이거나 메달 여부에만 초점 맞춘 이야기 대신 선수의 경기력, 노력에 초점 맞춰달라고 했는데, 이전과는 조금 다른 해설을 들을 수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서영주 KBS 성평등센터장은 “박재민 해설위원의 이번 중계는 경력단절 여성 같은 다양한 시청자층을 포용했기에 가능했다”며 “현재까지 한국방송 시청자권익센터에 성차별 중계를 이유로 제기된 청원은 한 건도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해 7월 치러진 도쿄올림픽에서 KBS는 여자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 선수와 경기를 치른 룩셈부르크의 니시아리안 선수를 향해 ‘동네 숨은 고수 같다’ ‘여우 같다’고 말해 비판받은 바 있다.

지난 1월4일 진행된 ‘성평등한 올림픽 중계’ 교육.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이 강연하고 있다. 한국방송(KBS) 제공.
지난 1월4일 진행된 ‘성평등한 올림픽 중계’ 교육.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이 강연하고 있다. 한국방송(KBS) 제공.

성평등 중계를 향한 노력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단적으로, 이날 호평받은 박 해설위원조차도 코트니크 선수를 향해 “엄마, 힘내세요” “본인을 지켜보고 있을 아이와 남편에게 동메달을 걸어줍니까?” 등의 발언을 했다. ‘선수’가 아닌 ‘엄마’의 정체성을 불필요하게 부각해 바람직하다고 보기 어려운 발언이다. 서영주 센터장은 “아직 보완해야 할 지점이 없지 않다”면서도 “선수들의 결코 소소하지 않은 사연이 중계진을 통해 더 많은 시청자에게 전달되도록 더 노력하겠다. (성평등 중계를 향한) KBS의 노력이 다른 방송사에도 선한 영향력을 미쳤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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