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지난 5월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남양유업 본사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모성보호 관련 사항을 포함해 노동관계 법령 전반에 대한 수시감독을 실시하겠습니다.”
지난 6일 진행된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한 발언이다. 이날 환노위는 남양유업으로부터 육아휴직 복귀 후 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는 ㄱ씨를 참고인으로 불러 집중 질의했다. 남양유업은
본사 육아휴직자를 복귀 후 지역 물류센터에 발령내는 등 부당전보하고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달에는 홍원식 회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눈에 보이지 않는 압박을 해서 못 견디게 하라, 위법은 아니지만 한계선상을 걸어라”라고 말하는 음성도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지자 고용노동부 장관이 조만간 수시감독을 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하지만 지난 여러해 동안 ‘악명’을 떨친 남양유업에 대한 근로감독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겨레>가 정의당 강은미 의원을 통해 201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약 11년간 남양유업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가 진행했던 근로감독 횟수와 위반사항을 전부 입수해 살핀 결과, 본사 4회, 지역공장 8회 등 이 기간 근로감독만 모두 12차례 진행해 27건의 법 위반사항을 적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중 모성보호 관련 사항은 10년 전인 2011년 5월 근로감독에서의 ‘임신 중 여성근로자의 시간외 근로 실시’ 적발 1건 이후 전무했다는 점이다. 나머지는 ‘취업규칙 변경시 노조 의견 미청취’와 같은 취업규칙 관련 등 비교적 행정적인 시정사항이 적지 않았다. 첨예한 쟁점에 대한 정부의 근로감독은 부실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남양유업의 여성 구성원 상대의 갑질 내지 성차별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지난 2013년 6월 <와이티엔(YTN)>은 남양유업이 결혼한 여성에게 퇴사를 종용하고, 기혼 여성 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했으며, 출산휴가를 보장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민우회 등 5개 단체는 “남양유업이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을 일삼으며 성차별을 끊임없이 자행하고 있다”며 전체 정규직원 1950명 가운데 여성은 89명에 불과하고, 남녀 평균 급여 차이도 최고 2배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면서 고용노동부에 남양유업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이나 직권조사를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둘 중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1년5개월이 지나 정기 근로감독을 실시했을 뿐이다. 이 사건을 두고 고용노동부는 강은미 의원 쪽에 “고발 사건으로 처리했다”고 답변했으나, 당시 고발한 주체는 여성단체였고 검찰은 결국 무혐의 처분했다.
올해 국감에서 밝힌 ㄱ씨의 증언 사례도 당시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2002년 입사자인 ㄱ씨는 “회사가 입사할 때만 해도 임신포기각서를 받았다. 이런 분위기에서 육아휴직을 쓴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남양유업은 “ㄱ씨의 증언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민형사상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결국 2013년의 수순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적지 않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노동 문제를 두고 조직과 개인이 다툴 때마다 개인은 스스로 방어, 입증하고 구제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되고 때문에 사법과 달리 행정부의 선제적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의 불법파견 의혹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대응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강은미 의원은 “직원들의 육아휴직을 막아서고 부당전보까지 서슴지 않는 남양의 조치는 분유회사인 기업의 존립 근거조차 스스로 부정하는 반윤리적인 행위”라며 “유사한 문제 제기가 있었던 2013년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시정조치했더라면 이런 문제가 또 생겼을까 묻게 된다”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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