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팀 만들 사람?” “풋살 회원을 모집합니다.”
2020 도쿄올림픽 기간 여성들이 각종 에스엔에스(SNS)에서 운동 모임 회원 모집에 바쁘다. 그간 매체에서 비추지 않던 ‘운동하는 여성’의 모습이 예능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하나 둘 등장하며 불을 지폈고, 도쿄올림픽 양궁·배구·스포츠클라이밍 등의 종목에서 여성 선수들이 뛰어난 기량 보여준 게 기름을 부었다.
4일 저녁 8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의 한 운동장에 6명의 여성이 모였다. 풋살을 하기 위해서다. 이날 모임은 1주일에 2번 하는 정기 모임이 아니었다.
4일 오전 한국이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5세트까지 접전을 펼친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경기가 끝난 뒤 풋살 모임의 대화방에서 “안 되겠다. 오늘 저녁에 모여 운동하자”라는 제안이 올라왔다. 제안을 올린 회사원인 정아무개(26)씨는 “한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의 경기를 보고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경기가 끝나고 난 뒤 강렬하게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실행에 옮겼다”라고 말했다. 다른 회원인 주아무개(31)씨는 “배구를 하고 싶어졌다. 당장 배울 곳이나 들어갈 팀이 많이 없더라. 풋살을 하면서 배구팀이나 배구교실도 물색해보려고 한다”고 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이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4강에 진출을 확정한 뒤 손가락 4개를 펼쳐 보이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여성들이 하고 싶은 운동과 운동장을 찾아 나서는 움직임은 도쿄올림픽에서 여성 국가대표 선수들의 활약이 있기 전부터 조금씩 커졌다. 예능 프로그램이 여기에 영향을 미쳤다. <시켜서 한다, 오늘부터 운동뚱>, <노는 언니>, <골때리는 그녀들>이 잇달아 방송에 나왔다. 이제까지 조명이 드물었던 여성 스포츠 선수와 여성 방송인의 운동 장면을 보다 쉽게 볼 수 있게 됐다.
미디어 속 운동하는 여성들을 보고, 여성 시청자들은 운동장으로 나섰다. 회사원 김아무개(29)씨는
<골때리는 그녀들>을 보고 축구를 하고 싶었는데, 올림픽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 풋살 동호회를 시작했다. 김씨는 “여성들이 어렸을 때 체육할 기회가 아예 적은 경우가 많았다. 이번 올림픽을 보면서 친구들이랑 같은 이야기를 나누다, 이제 누가 그 기회를 막지 않으니까 지금이라도 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최근 스포츠클라이밍을 시작한 구아무개(37)씨는 “<노는 언니>를 보고 운동을 하게 됐는데,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서채현 선수가 올림픽서 활약하는 걸 보고 더 욕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통계에서도 축구 등 생활체육에 여성의 참여와 관심이 높은 점이 드러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국민생활체육조사를 보면, 코로나19 유행 영향에도 여성의 생활체육참여율은 남성보다 0.4%포인트 높은 60.3%를 기록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