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폐지 주장 여가부 예산 뜯어보니
‘해운대갑’ 하태경 따낸 토건 예산 3685억원
여가부 ‘여성 예산’은 박박 긁어도 1천억원대
‘해운대갑’ 하태경 따낸 토건 예산 3685억원
여가부 ‘여성 예산’은 박박 긁어도 1천억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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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예산은 가족 > 청소년 > 여성 순
여가부 예산은 2018년까지 7천억원대였다가 2019년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여가부 예산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가족정책 분야다. 올해 7375억원(59.8%)이 배정됐다. 그 다음은 청소년정책(2422억원, 19.7%), 여성정책이라고 이름 붙은 항목에는 2216억원(18%)이 배정됐다. 부처 이름에는 ‘여성’이 먼저 나오지만 예산 편성에선 후순위인 셈이다.
여성정책 예산은 다시 여성을 위한 정책 예산(982억원)과 여성·청소년·아동 등의 권익증진 정책 예산(1234억원)으로 나뉜다. 982억원 중 대부분이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직업교육 등 경력단절 여성 지원에 쓰인다. 권익증진 정책은 성폭력·성매매·가정폭력 피해자, 아동·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등 범죄 피해자 권익 향상을 위한 정책이다.
일반회계에 더해 양성평등기금, 범죄피해자보호기금, 청소년육성기금으로 충당되는 권익증진 정책 예산 가운데 절반가량인 591억4000만원이 온전히 여성정책 관련 예산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331억4500만원) △성매매방지 및 피해여성지원(157억200만원) △폭력피해이주여성 지원(64억1000만원) △여성폭력방지정책 추진기반 구축(18억6500만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15억1800만원) △성희롱 등 직장내 여성폭력 방지 및 지원(5억원) 등이다.
권익증진 정책 예산 중에는 디지털 성범죄 대응 예산도 포함돼 있다.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 등 새로운 유형의 성폭력이 등장하면 여가부가 빠르고 적절하게 대응해 피해자 보호 정책 등을 펼쳐야 하지만 예산과 인력 문제에 자주 부닥친다. 여가부는 올해 디지털 성범죄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권익침해방지과를 신설했다. 당초 여가부는 국 단위 조직 신설 방안을 관계 부처에 제안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조직과 기능이 크게 축소됐다. 디지털 성착취물 모니터링·상담·삭제 업무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전담한다. 센터를 운영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은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업무도 함께 한다. 진흥원에 배정된 올해 예산은 145억7400만원이다.
여성 피해자 쉼터에 독일 1624억, 한국은? 쉼터가 없다

지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열린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규탄 기자회견에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페미니스트 위해 35조원 쓴다? 틀렸다
“피해자를 직접 지원할 여력이 없는 수준”
신해운대역 공사비 약 360억, 성폭력 피해 지원 331억
“제대로 하는 일이 하나도 없는 여가부에 예산과 권한을 더 주자니, 여가부 실상을 몰라서 하시는 말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해운대갑)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다.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하 의원이 따냈다고 밝힌 지역구 사업 예산과 여가부 예산을 견줘봤다. 동해남부선 복선철도건설 사업, 이른바 ‘준고속열차 신해운대역 개통 사업’은 하 의원이 20대 총선 때 내건 1호 지역 공약이다. 그가 확보했다고 밝힌 국비 예산은 3685억원으로 여가부 여성정책 관련 예산의 3배 정도다. 해당 사업에서 신해운대역사 복원 공사비로만 약 360억원이 책정됐다. 성폭력·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에 쓰이는 여가부 올해 예산이 331억원이다.
국민 절반인 여성에게 쓰이는 예산이 지역구 토건 예산보다 중요성이 떨어질 이유는 없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차별을 성찰하고, 이를 줄여나가는 게 사회정의를 확대해 나가는 길이다. 그 과정에서 다른 집단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주장하면 차별 받던 집단을 끌어내릴 게 아니라 그 상황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현 상황에선 남성 청년들이 주장하는 줄어든 기회를 어떻게 넓힐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이 갈등을 부추기는 건 무책임한 행태”라고 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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