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강남출판문화센터 지하 이벤트홀에서 열린 ‘제4회 비룡소 스토리킹 문학상’ 심사토론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어린이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비룡소 제공
어린이가 뽑는 어린이문학상
“‘지구를 지키는 소년’(가제)은 결론이 정해져 있지 않아 좋았어요. 방사능이나 환경이라는 딱딱한 주제를 이야기로 풀어가니 재밌게 읽을 수 있었어요.”(홍승범 어린이)
“‘호러 방송국’(가제)은 단서가 있고 뒤쪽에서 결말을 딱 짚어주니까 이해가 되더라고요. ‘지구를 지키는 소년’은 결론에서 ‘이게 뭐지’ 하며 허망한 생각이 들었어요. 결말이 아쉬웠어요.”(이다희 어린이)
23일 오전 서울 강남출판문화센터 지하 이벤트홀에서 진행된 ‘제4회 비룡소 스토리킹 문학상’ 심사토론회장 현장. 이날 토론장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50여명의 현장토론 어린이 심사위원들이 스토리킹 문학상 본심작으로 오른 두 작품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올해로 네 번째를 맞는 스토리킹 문학상은 국내 최초로 100여명의 어린이들(초등학교 4~6학년생. 50명은 온라인 투표, 50명은 현장토론 참가)이 참여해 심사한 점수와 전문가들의 심사 점수를 합쳐 최종 수상작을 선정하는 이색적인 어린이문학상이다.
올해 심사토론회는 그 어느 해보다도 뜨거웠다. 본심작으로 오른 두 작품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아이들이 생각하는 재미있는 책은 어떤 책이며, 다른 친구들도 함께 읽었으면 하는 책은 어떤 책일까?
‘지구를 지키는 소년’을 즐겁게 본 어린이들은 대체로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내 또래가 주인공이자 영웅으로 등장한다는 점 △방사능과 같은 딱딱한 주제를 재밌는 이야기로 풀어간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김다영 학생은 “저나 추리 소설을 처음 읽는 제 동생은 ‘호러 방송국’을 읽으며 단서를 찾기 힘들었고 이해하기 힘들었다”며 “누구나 즐기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좋다”고 말했다.
반면 ‘호러 방송국’을 즐겁게 본 아이들은 ‘지구를 지키는 소년’은 방사능이나 환경이라는 주제가 너무 뻔해서 문학 작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교훈적인 이야기보다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단서를 통해 추리를 해가는 이야기,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를 좋은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강혜리 어린이는 “인생 살면서 쓴맛 단맛 다 봐야 한다고 어른들이 얘기한다. ‘호러 방송국’은 미제 사건을 다뤄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이면서도 흥미로웠다. 뉴스는 딱딱하다고 생각했는데 고정관념을 깰 수 있어 좋았다. 귀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알게 돼 재밌었다”고 평가했다. 토론장에서는 치열한 공방이 오갔고, 아이들은 마치 작가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옹호했다. 최종 당선작은 오는 29일 비룡소 누리집에서 확인 가능하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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