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예찬론자 이윤나씨
[베이비트리] 도서관 예찬론자 이윤나씨
“딸이 좀 더 크면 전국 방방곡곡 도서관을 찾아다니고 싶어요. 해양과학 체험을 할 수 있다는 목포 공공도서관, 해인사의 사찰 도서관, 순천 기적의 도서관처럼 가보고 싶은 도서관이 너무 많아요. 세계 도서관 곳곳도 다니고 싶고요.”
광고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윤나(38)씨를 지난 12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제 아장아장 걸어다니는 14개월 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눈 밑에 다크서클은 기본이고, 잠시라도 아이에게서 떨어져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기 마련이다. 그런데 눈을 반짝이며 아이와 함께 도서관 여행을 다니겠다니!
이씨는 2013년 서울 시내 도서관 17곳을 순례한 뒤 <엄마표 도서관 여행>(주니어김영사 펴냄)이라는 책을 낸 바 있다. 책 제목에 ‘엄마표’라는 말이 붙어 있어 저자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당시에는 조카와 함께 어린이도서관을 1년 동안 다녔다고 한다. 학창시절부터 도서관을 많이 다닌 그는 7남매(2남5녀) 가운데 넷째 딸이다. 대가족 속에서 자란 그는 언니들의 임신·출산·육아 과정을 지켜봤고, 육아가 얼마나 고된지 일찌감치 알게 됐다. 언니들에게 쉴 틈을 주기 위해 이씨는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조카들과 어린이도서관을 찾았다.
조카와 서울 시내 도서관을 구석구석 다니면서 이씨는 도서관을 더욱 사랑하게 됐다. 도서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조용하고 지루하고 정적인 공간을 떠올린다. 그런데 여러 곳을 다녀보니 도서관은 발랄하고 역동적이며 재밌는 공간이었다. 도서관은 책만 읽는 공간이 아니라 전시나 체험 등도 가능했다. 조카도 좋아했지만 자신도 몸과 마음 모두 쉴 수 있어 좋았다. 또 직업상 그에게는 창의적인 생각이 중요한데 도서관에 가서 책 제목을 보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쓱 떠오르기도 했다. 그야말로 일석이조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그는 “엄마들이 돈을 들여 키즈카페를 가고 아이들이 학원 생활에 치여 사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공적 인프라인 도서관을 부모와 아이들이 더 자주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씨는 아이들이 도서관을 애용하려면, 부모들이 먼저 도서관을 좋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도서관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부터 버려야 한다. 이씨는 “도서관에서 아이들에게 꼭 책만 읽혀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이씨는 많은 도서관에서 아이들이 도서관을 자신들의 방식대로 즐기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다. 도서관의 계단, 문, 지붕 모양을 지켜보면서 재밌어하는 아이들, 도서관 앞에 있는 나무 그늘에서 처음 만난 친구들과 친해져 노는 아이들, 도서관에 오는 할아버지, 할머니, 아저씨, 아줌마 등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는 아이들 등등 다양했다. 그런 경험 속에서 아이는 자신도 모르게 책과 친해지고, 도서관에서 어떤 매너를 갖춰야 하는지 몸에 익혔다. 다양한 건축양식도 배우고, 친구를 사귀는 법도 배우고, 사색하는 법을 배운다. 굳이 책을 읽히려고 하지 않아도 도서관에 자주 가다 보면 아이들은 알아서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간다.
“책과 만나기 위해 서점에 갈 수도 있어요. 그러나 서점은 책을 판매하기 위한 공간이에요. 아무래도 잘 팔기 위한 책들, 잘 팔리는 책들 위주로 진열을 하죠. 그에 반해 도서관은 마케팅이나 상업성에서 먼 청정지역이죠. 그런 청정지역에서 진정한 독서 취향을 발견할 수 있고, 진짜 자신도 발견할 수 있죠.”
이씨는 도서관을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과 집에서 먼 도서관 둘 다 가보라고 권한다. 집에서 가까운 도서관에는 책도 빌리고 틈틈이 산책하듯 간다. 집에서 먼 도서관은 여행지를 찾듯 간식을 싸들고 찾는다. 도서관 가는 길에 아이와 여러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와 관계도 더 좋아진다. 상업성과 먼 청정지역인 도서관에서는 취향은 물론 진정한 자아까지 찾을 수 있다고 말하는 그는 진정한 도서관 예찬론자다.
글·사진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베이비트리] 아이들과 가볼만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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