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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베이비트리

바뀐 영유아보육법, 보육의 질 높일 수 있을까

등록 2015-06-22 19:41수정 2018-09-17 18:02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교사의 지도로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이 폐회로티브이에 기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시티브이 설치 의무화 등 감시와 처벌책만으로는 행복하고 안전한 보육 환경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어린이집에서 어린이들이 교사의 지도로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이 폐회로티브이에 기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시티브이 설치 의무화 등 감시와 처벌책만으로는 행복하고 안전한 보육 환경을 만들 수 없다고 말한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베이비트리
지난 1월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 폭행 사건을 계기로 사회 각계각층에서 안전하고 행복한 보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안들이 쏟아졌다. 수많은 제안 가운데 어린이집 폐회로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 아동학대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이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안에 반영됐다. 이 개정안은 지난 4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오는 9월19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에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는 시시티브이 설치 의무화 외에도 보육교사의 처우 개선과 보육교사의 교육 강화에 관한 내용도 일부 포함됐다. 그러나 시시티브이 관련 논쟁이 워낙 뜨거워 이 안을 중심으로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다 보니, 정작 보육의 질을 결정하는 보육교사 처우 개선이나 자격 강화에 대해서는 덜 다뤄졌다. 따라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에서 보육교사와 관련한 내용들이 어떻게 바뀌는지 살펴보고, 이번 법 개정으로 보육의 질이 어느 정도 나아질 수 있다고 보는지 전문가와 보육교사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CCTV 설치로 아동학대 예방 불가능
보육교사 처우·근로환경 개선 필요
바뀐 법, 보조교사 조항 신설 긍정적
보수교육 ‘집합’ 원칙만으론 미흡
대체교사 확보 예산·교육 내실화 절실

■ 보조교사 규정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미흡

전문가들은 시시티브이 설치와 같은 감시와 처벌책만으로는 보육기관 내 아동학대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 평균 10시간 가깝게 일하는 보육교사는 저임금을 받으며 한 명당 돌보는 아동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육의 질을 올리기 위해서는 보육교사들의 임금을 현실화하고, 그들의 노동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보육교사 업무를 도와주는 보조교사나 대체교사의 필요성이 부각됐고, 아동 대 교사 비율도 지금보다 더 낮춰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또 온라인을 통해 너무 쉽게 보육교사 자격을 취득하는 보육교사 양성체계의 문제점도 지적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 개정된 영유아보육법에서 이런 의견들이 어느 정도 반영됐을까? 전문가들이 지적했던 아동 대 교사 비율은 변화가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 견줘 우리나라 보육교사의 아동 대 교사 비율이 높은 것은 아니다”라며 “아동 대 교사 비율을 낮추려면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법을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검토 사항”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의 이런 입장에 대해 보육교사들은 현실을 잘 모르는 소리라고 말한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의장은 “다른 나라는 청소·행정 업무 등을 담당하는 비담임 인력들이 전제된 상태에서 아동 대 교사 비율을 따진다”며 “다른 나라와 기계적으로 숫자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김 의장은 “현재 가정형 어린이집에서 원장이 담임을 겸임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이 부분부터라도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안 중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부분은 보육기관에서 보조교사를 둔다는 규정을 신설한 것과, 휴가 또는 보수교육 등으로 보육교사의 업무에 공백이 생길 때 이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교사를 배치한다는 것을 법률로 명시한 부분이다. 김종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교사를 더 채용해 아동 대 교사 비율을 낮추는 것이 가장 좋지만, 차선책으로 보조교사나 대체교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보육교사들의 근로여건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정부가 마련한 시행규칙에서 보조교사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없는 만큼, 현장에서 보조교사들이 얼마나 배치될지 두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호연 의장 역시 “대체교사 마련 규정이 있더라도 정부가 예산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며 “정부의 예산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보수교육에 대한 해석 분분

이번 개정안 가운데 또 눈에 띄는 부분은 보육교사의 보수교육에 관한 부분이다. 보수교육이란 보육교사의 자질 향상을 위해 실시하는 교육으로, 정기적으로 받는 직무교육과 승급교육 및 어린이집 원장의 사전 직무교육 등을 말한다. 개정된 영유아보육법 23조에서는 그동안 집합교육 또는 온라인으로 진행되던 보육교사의 보수교육은 집합교육을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안을 두고 일선 보육교사들 사이에서는 “앞으로는 온라인으로 보수교육을 못 받는 것 아니냐” “불가피한 경우 집합교육을 못 가면 대안은 뭐냐”며 관련 기관에 문의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보수교육을 받은 8만명의 보육교사 가운데 절반가량은 온라인 교육과정을 통해 보수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온라인 보수교육은 고용노동부 환급 과정으로 진행되는데, 이것을 보수교육으로 불인정할 방침은 아직까지는 없다”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또 “보육교사들의 업무 특성상 대면교육이 훨씬 교육에 효과적이라는 의견들이 있어 집합교육을 유도하려는 것이지 온라인 교육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보육교사들도 보수교육을 집합교육으로 하는 것에는 반대하지 않는 분위기지만, 집합교육의 내실화를 좀더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 수원 지역에서 10년째 보육교사를 해온 김아무개(49)씨는 “너무나 많은 인원을 한꺼번에 강연장에 몰아넣고 형식적으로 보수교육을 하는 경우도 많다”며 “보수교육의 내실화가 필요하고, 보육교사의 상황에 맞춰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선택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보수교육을 더 내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라며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보수교육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외에도 이번 개정안에서는 보육 교직원의 스트레스 경감 등을 위해 육아종합지원센터에 상담 전문요원을 두도록 했으며, 공익신고를 한 보육교사에게 원장들이 불이익 조처를 취할 수 없도록 했다. 또 가장 큰 문제로 지적돼온 허술한 보육교사 양성체계와 관련해서는 오는 9월에 나오는 보육교사 자격체계 개선 연구결과를 토대로 복지부가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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