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교육] 베이비트리
영유아 시기부터 부모가 아이에게 많은 단어를 들려주고 상호작용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아이의 언어 발달에 유리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또 아이에게 책도 많이 읽어주고 상호작용도 많이 한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에게 특수녹음장치를 달아 아이에게 들려주는 단어 수와 상호작용 횟수를 측정해보니 실제로는 상호작용이 적은 경우도 있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지난달 30일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린 2015 리나(LENA) 콘퍼런스에서 발표됐다. 리나(Language ENvironment Analysis) 기술은 의학, 언어병리학, 교육학 등에서 사용되어 왔는데, 최근에는 미국, 유럽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림대 언어청각학부 배소영 교수 연구팀이 생후 4~16개월 아이를 키우는 국내 어머니와 아이 99쌍을 대상으로 어머니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단어 수, 상호작용 횟수, 의미있는 언어 시간 등을 특수녹음장치를 통해 1년6개월 동안(2012년 5월~2013년 12월) 측정·분석한 결과, 가정마다 격차가 컸다. 많은 단어를 들려주는 상위 3%의 어머니는 하루 평균 2만5531개의 단어를 아이에게 들려주고, 아이와의 상호작용 횟수도 하루 평균 665회였다. 반면 하위 3%의 어머니는 하루 평균 아이에게 평균 2575개의 단어를 들려주고, 상호작용 횟수도 89회에 불과했다. 어머니들은 하루 평균 1만4천개의 단어를 들려주고, 377회의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 교수는 “상위 그룹은 하위 그룹보다 10배 이상 많은 단어를 들려주고 상호작용도 7배 이상 했다”며 “영유아기부터 이렇게 격차가 벌어지고 그것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면 두 그룹 간의 언어 발달에도 상당한 격차가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아이에게 들려주는 단어 수가 하루 평균 5천 단어 이하이고, 상호작용도 적은 고위험군의 가정은 일반적으로 10~20%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또 하루 평균 1만~3만 단어를 들려주려면 하루 평균 2~3시간의 상호작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 교수는 연구를 진행하면서 일부 부모들이 저지르는 양육 오류를 발견했다. 아이에게 어머니가 책을 읽어주면 많은 단어를 들려줄 수 있지만 반드시 상호작용이 활발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상호작용 면에서는 일방적으로 책을 읽어주는 것보다는 아이의 관심사에 맞춰 책을 매개로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했다.
한편, 이 연구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단어 수가 많을수록 부모와 아이의 상호작용 횟수는 많았다. 또 처음부터 의미있는 언어를 많이 사용한 가족은 연구 마지막 달에도 의미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부모의 행동 변화는 오랜 기간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양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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