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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베이비트리

로렌조와 케이티, 다른 듯 닮은 이야기

등록 2015-01-05 19:42

생생육아
2014년 끝자락 영화 <로렌조 오일>을 봤다. 참 많이 울었다. 내 아이 ‘케이티’는 한쪽 하반신에만 문제가 있을 뿐, 하루하루 죽음을 향해 다가가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도 나는 때때로 그 다리가 케이티의 삶을 모두 망쳐놓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하물며 분초를 다투어 죽음으로 내달리는 아이를 보아야 했던 로렌조의 부모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하지만 영화 속에서 나는 그들과 우리 부부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로렌조의 부모는 당시 로렌조에게 가장 현실적인 처방으로 제시된 식이요법의 한계를 넘기 위해 스스로 공부하고, 전문가들과 토론을 벌이며 수수께끼를 풀어간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로렌조 오일’이다. 생화학 전공자도 아니면서 어떻게 그렇게까지 공부를 할 수 있었을까? 그건 아마 로렌조의 고통에 대해 아무도 설명해주지 못하는 상황을 스스로 이해하기 위해서였으리라. 평범한 사람들에겐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왜 내 아이에겐 생명의 위협이 되는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그들은 주체할 수 없었다. 그 질문들이 마침내는 아이를 살리는 길로 이어졌다. 그것은 결코 로렌조만을 위한 게 아니었다. 부부는 알고 있었다. 로렌조를 일찍 보내게 되더라도, 그 이후에 있을 또다른 로렌조들을 위해 계속돼야 하는 일임을.

우리 역시 케이티가 태어난 뒤 틈틈이 공부를 하고 있다. 케이티의 발에 통증이 생겨도, 몸 곳곳에 단단하게 덩어리가 뭉쳤다 사라져도, 그게 무엇인지 아무도 정확히 말해주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늘 질문을 안고 산다. 답을 찾으려면 사람의 몸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했다. 우리의 공부 역시, 결코 우리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아이와 같은 병을 안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나는 한국에 있는 ‘클리펠-트레노네 증후군’(KT) 환자·보호자들을 위한 온라인 공간을 하나 만들었다. 늘어나는 회원수를 보면 한편으로는 참 속상하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케이티의 엄마로서 지금 내가 시작한 이 일이, 나중에 올 다른 케이티들을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새해에 조금 더 부지런해지려고 한다. 아이의 병에 대해 내가 좀더 이해하고 있어야 아이가 아플 때 적극적으로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다. 의사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면, 내가 자꾸 물어보며 그들을 자극할 필요도 있다. 그러다 보면 치료법까지는 아니더라도 뭔가 작은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베이비트리(babytree.hani.co.kr) 필자 서이슬 alyseu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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