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 전문의 조성덕 박사. 관훈클럽 사진제공.
“성형외과 전문의인 제가 봐도 우리나라 성형 너무 많이 합니다. 성형으로 완전히 자기 모습을 재건축하려는 사람들이 있고, 초등학생들조차 연예인처럼 성형하겠다고 병원에 오는 세상이니까요. 구순열(언챙이)처럼 신체 기능에 문제가 되지 않는 이상은 만 18살 이전에는 성형을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29년 동안 성형 전문의를 해온 조성덕 박사(사진)의 조언이다. 20일 오전 11시 서울시 관훈동 신영기금회관에서 열린 ‘관훈초대석’ 강연에서 조 박사는 우리나라 성형수술 실태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털어놨다.
강북삼성병원과 강남 차병원 등에서 성형외과 과장을 역임한 성형 수술 분야 권위자인 조 박사는 성형의 종류와 범위가 얼마나 다양한지 구체적으로 사진과 함께 설명했다. 눈 성형, 코 성형, 흉터 성형은 기본이고 안면윤곽 성형, 입술 성형, 유방 성형, 체형 성형, 유두 성형, 질 성형, 모발 이식, 액취증 수술, 눈썹 성형, 주름 개선 등 다양했다. 성형을 하는 사람들의 부류도 과거에는 여성들이 주였다면, 요즘에는 남성들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젊은 남성들이 딱 달라붙는 티셔츠를 많이 즐겨 입는데 여성처럼 가슴이 많이 나온 경우 유방을 교정하는 성형을 하기도 하고, 눈썹이 없는 남성들은 모발 이식을 통해 눈썹을 만들기도 한다고도 했다.
조 박사는 “아이들은 아무 생각도 없는데 부모들의 가치관으로 아이들을 성형외과에 끌고 와 상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수술도 하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아이들의 자존감에 엄청난 상처를 주는 일임을 부모들이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 박사는 아이들이 흉터나 혹 때문에 학교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다거나 심리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의사와 상의해 신중하게 성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또 “성형수술을 너무 어린 나이에 하게 되면 흉이 같이 커지기 때문에 커서 다시 재수술을 해야 한다. 따라서 만 18살 이전에는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코 수술의 경우 코뼈와 골막 사이에 고형물을 넣는데 골막이 떨어지면 뼈 성장에 방해를 받으므로 청소년들은 코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조 박사는 우리나라가 ‘성형 공화국’이 된 이유에 대해서는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지 않고, 외모도 실력이다라는 관념이 퍼지면서 무분별한 성형이 판치고 있다고 짚었다. 또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 병원에서도 성형을 무분별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꼽았다. 성형 전문의에게 성형을 하는 경우는 약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는 “성형은 양 날의 칼을 가지고 있다. 지나치게 의존하지도 말아야하고, 이유없이 배척할 필요는 없다”며 성형을 고려하는 사람에게 다음과 같은 원칙들을 제시했다. 화장으로도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다면 수술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만약 해야한다면, 가장 간단한 방법부터, 가장 부작용이 없는 방법부터, 원 상태로 복원이 가능한 방법부터 시도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한꺼번에 여러 성형 수술을 하는 경우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꺼번에 성형을 하려는 사람들은 거의 ‘미친 짓’이라 다름 없다고 그는 말했다.
“성형외과 의사가 성형하지 말라고 하니까 이제까지 성형해놓고 무슨 소리 하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29년 성형을 해온 전문의로서 봤을 때 요즘 성형 문화는 문제 있다고 생각합니다. 뭐든지 과하면 좋지 않습니다.”
무분별한 성형은 자칫 의료 사고와 각종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그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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