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한겨레-성북구 부모특강‘에서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가 강연하고 있다. 성북구청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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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특강] ③ 아이를 크게 키우는 잔소리 Ⅰ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부모특강] ③ 아이를 크게 키우는 잔소리 Ⅰ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이들이 부모와 이야기하기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잔소리때문이다. 부모들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를 위해 잔소리를 하지만, 그 잔소리때문에 아이가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닫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나와 가장 가까운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닫은 아이들은 자기 감정 조절을 잘하지 못하고 우울증에 빠지고 심지어 자살까지 하는 경우도 있다. 교육방송(EBS) 다큐멘터리 ‘마더 쇼크’등에 출연해 많은 부모들에게 올바른 양육법을 설파했던 정윤경 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하는 말은 아이의 성격을 만들어가는 가장 강력한 도구이자 아이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이끄는 통로이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이 그 도구를 잘못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잔소리라도 아이를 키우는 잔소리가 있고, 아이를 죽이는 잔소리가 있다며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며 설명했다.
14일 오전 10시 서울시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한겨레-성북구청 부모특강’ 세번째 강연이 열렸다. 강연 주제는 ‘아이를 크게 키우는 잔소리’였으며, 강연장은 800여명의 청중들로 발디딜 틈 없이 가득찼다. 부모들은 강연 뒤에도 쉴새없이 질문을 쏟아내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아이를 죽이는 잔소리는 어떤 경우일까? 정 교수는 “부모가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아이의 말을 일방적으로 끊고,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고, 일방적으로 명령을 하면 이런 잔소리는 아이를 죽이는 잔소리”라고 말했다. 특히 영국이나 미국 엄마들과 비교해보면, 한국 엄마들은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하고 내가 우리 아이를 가장 잘 안다고 착각해 잘못된 잔소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성적이 오르지 않아 속상해한다고 해보자. 그럴 때 엄마가 자기 감정을 잘 조절하지 못하고 아이에게 “도대체 네가 잘하는 것은 뭐가 있니?” “이것 밖에 못해? 봐~ 엄마가 시험 전에 더 열심히 해야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니!”라고 말한다면 아이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부모의 말은 아이들에게 듣기 싫은 잔소리로 들리게 된다. 결국 아이들은 힘든 일이 생기고 외로울 때에도 부모에게 마음의 문을 닫게 되고, 부모와 대화를 하려 하지 않게 된다.
반대로 이런 경우 부모가 아이에게 “노력한 만큼 결과가 좋지 않아 답답하고 속상하지?”“성적이 당장 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네가 나아지지 않는 것은 아니야. 지금 당장은 네가 노력한 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네가 노력한 것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아. 어떤 식으로든 남아서 반드시 너에게 이득이 될 거야”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것이 뭔지 말하면 엄마도 같이 더 노력해볼게”라고 말해준다면, 이런 부모의 말은 아이에게 잔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부모의 그런 말들이 아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아이에게 용기를 주게 된다. 이렇게 부모로부터 위로와 공감을 받은 아이들은 다시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더라도 자기 감정을 조절할 능력이 생기게 되고,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게 된다. 또 언제든 부모에게 다가와 자기 마음을 털어놓고 위로를 받고 공감을 받는다.
아이가 엄마가 하는 잔소리에 마음의 문을 닫거나 아이가 엄마가 하는 말을 건성건성 듣는다면 그것 또한 엄마가 현재 아이에게 나쁜 잔소리를 하고 있다는 증거다.
언쟁중인 딸과 엄마의 한 장면을 보자.
딸: 난 엄마가 정말 싫어!
엄마: 너 엄마한테 어떻게 감히 그런 말을 해? 엄마가 널 위해 얼마나 희생하고 사는데….
딸: 누가 엄마한테 희생하라고 했어?
사실 딸은 엄마가 정말 싫어서 “싫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다만 엄마에게 섭섭하고 속상한 일이 있어 그렇게 표현을 하는 것이다.그런데 엄마는 아이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잔소리를 하고 있다. 따라서 아이가 엄마에게 그런 말을 했을 때 엄마는 그런 아이의 마음을 읽어줄 필요가 있다. 좀 더 현명한 엄마라면 아이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딸: 난 엄마가 정말 싫어!
엄마: 엄마가 널 많이 다그쳤나보다. 그건 엄마가 미안해. (행동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다.) 그런데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는 건 옳지 않아.
딸: 엄마, 나도 미안해. 사실 나도 그런 맘은 아니예요.
엄마: 엄마도 알아. 네가 속상해서 그런거.
정 교수는 “부모가 아이와 대화를 하는 이유는 아이의 마음을 위로하고, 감정을 조절해주고, 기다려주는 과정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화를 통해 아이와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는 얘기다. 단지 어떤 문제만 해결하려고 하고 부모가 명령하라는대로 아이에게 하라고만 한다면, 아이와 부모의 관계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관계가 악화되면 아이는 부모의 말을 더 듣지 않게 되고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부모가 아이에게 대안을 주고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 아이 스스로 책임을 지게 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트에서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가 있다고 하자. 부모는 그런 아이를 통제하고 싶어한다. 그럴 때 부모가 아이에게 무조건 “뛰지마”“뛰면 혼낼거야”라고 말하면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 차리리 “엄마랑 손잡고 걸어다닐래? 아니면 카트에 앉을래?”하고 묻고 아이에게 선택하게 하자.
만약 아이가 엄마랑 손잡고 걷겠다고 했는데 뛰어다닌다면 그때는 단호하게 “너 카트에 앉겠다는 말이구나. 약속 어겼으니까 카트에 앉아”라고 하고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아이가 자기가 선택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연습을 하면, 부모가 굳이 통제하고 잔소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의 행동할 수 있는 범위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 앞으로의 사회생활을 위해서도 부모는 아이가 선택한 것에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함을 가르쳐야 한다.
부모들이 잔소리를 하는 심리의 밑바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 교수는 “아이를 사랑해서 잔소리를 한다고 부모들은 말하지만, 그 맡바닥에는 아이를 통제하고자 하는 마음, 엄마로서의 자존감 부족, 아이와 나를 분리하지 못하고 동일시하는 마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실험에 따르면, 한국 엄마들은 아이를 생각하면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자기를 생각하면 활성화되는 뇌와 일치했다. 부모는 아이가 잘 클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지켜봐주는 사람일 뿐인데, 자신과 동일시하며 자기 마음대로 통제하고 휘어잡으려 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에서 아이가 성장할수록 엄마가 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 그렇지 않다면 엄마의 애착이 점차 집착이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의 잠재력을 키우고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잔소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정 교수는 “부모 스스로 감정 조절을 잘 하고, 아이 입장에서 이해를 하고, 아이가 먼저 말하고 표현하게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대한 짧게, 한 번에 하나씩,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으며, 아이에게 대안을 주고 선택하게 해야 한다. 아이의 특성과 눈높이에 맞추어 얘기하는 것도 좋다.
아이의 특성에 맞춰 대화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유아기, 아동기, 사춘기마다 아이들의 발달 상황과 심리적 특성이 다르니 부모들은 먼저 이런 부분들을 염두에 둬야 한다. 다음으로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는 다르다. 또 남자 아이라도 여자 같은 남자 아이가 있고, 여자 아이라도 남자 같은 여자 아이가 있다. 따라서 그런 특성들을 고려하며 대화를 하면 좋다. 모든 아이들은 다른 기질을 갖고 태어난다. 그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부모들은 기질이라는 원석을 잘 다듬어 보석을 만들어야 한다.
성별에 따른 아이들의 심리적 특성을 살펴보자.
여자 아이들은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관계 지향적이다. 또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여자 아이들에게는 입장을 바꿔 생각하게 하는 것이 좋다. “네가 그렇게 하면 동생 기분은 어떨 것 같아?”등등 입장 바꿔 생각해보기를 자주 해보면 좋다. 사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역할 모델이 될 만한 사람을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반면 남자 아이들은 과업 중심적이며, 한 번에 하나씩만 할 수 있다. 따라서 남자 아이들에게는 행동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좋다. 칭찬을 하더라도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좋다. “멋져”“똑똑해”“실력 좋다”라고 말하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우리 아들 퍼즐 이렇게 잘 맞췄구나”“우리 아들 만들기 참 잘 만들었다. 아이디어 정말 좋다”라고 말하는 것이 좋다. 또 남자 아이들의 경우 관계에 미숙한 편이니, 자꾸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해줄 필요가 있다. 표현하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더라도 자꾸 사랑한다고 표현하도록 하자.
다음으로 부모들이 대표적으로 걱정하는 아이들의 기질 중심으로 아이들에게 어떻게 말을 하면 좋은지 알아보자.
첫번째로 부모들이 가장 걱정하는 기질의 아이들이 수줍음을 많이 타는 아이들이다. 그런데 수줍음이 많다고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모든 기질에는 강점과 단점이 있다. 따라서 강점을 칭찬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신경을 많이 쓰고, 다른 사람의 평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따라서 수줍음이 많은 아이들에게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은 “너는 왜 다른 애들 같지 않아?”“다른 사람이 널 어떻게 생각하겠니? 답답해 죽겠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대안을 제시하고 선택하게 하고, 역할 모델을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게 어렵지? 노래는 힘들지만 책은 읽어줄 수 있지?”“수줍은 사람 중에도 성공한 사람 많아. 누구누구는 어렸을 때 이렇게 수줍음을 많이 탔는데 그래도 이렇게 성공했잖아”라고 말해주는 것이다.
두번째로 부모들이 걱정하는 기질 중의 아이는 느리고 답답한 아이다. 이런 아이들은 꼼꼼하고 신중하고 차분한 성격의 아이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아이들에게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빨리 빨리 좀 해”라고 야단치면 안 된다. 오히려 “기다려줄게. 꼼꼼하게 잘 했네. 고민을 많이 했구나. 다음엔 어떻게 할까?”라고 말하며 기다려줘야 한다. 또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숙련이 돼서 행동이 빨라질 수 있으므로, 반복을 통해 숙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
세번째로 부모들이 걱정하는 기질 중에는 산만한 아이들이 있다. 산만한 아이들은 굉장히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아이들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많은 부모들은 산만하다고 꾸지람하고 ADHD는 아닐까 걱정한다. 그러나 절대 부모들이 이런 아이들에게 “너 왜 이렇게 산만하니?”“너 혹시 ADHD 아니야?”라고 말하면 안 된다. 오히려 “아까 본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뭐야?”라고 에너지를 모아주는 작업이 필요하다.
정 교수는 “아이의 기질에 맞춰 키운다는 것은 감정을 구체적으로 칭찬해주고 약점은 나아지도록 도와주고 기다려준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이의 행복과 성공을 바라는 것이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다. 그래서 잔소리도 하고,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이 부모다. 그러나 부모들이 원하는 목적을 이루려면 좀 더 현명해질 필요가 있다. 정 교수는 “위에서 말한 것들을 일상에서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꾸 기억하고 연습하고 반복하면 부모와 아이의 관계는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리/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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