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어주는 필규
사이좋은 남매의 비결은?
■ ‘베이비트리(http://babytree.hani.co.kr)’ 세 아이와 세상 배우기 바로가기
형제끼리 남매끼리 혹은 오누이끼리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소망 아닐까?
'형제간의 의가 좋아야 한다'라는 말을 나 역시 자라는 동안 누누이 들어 왔었다.
심지어는 이런 원칙 때문에 동생이 잘못해도 형까지 함께 야단을 치는 강수를 두기도 하면서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끼리 서로 사이좋게 지낼 것을 강조해 왔다.
첫 아이를 낳아 만 4년을 기르다가 둘째를 낳았을 때 딸이라는 것을 알고 나 역시 큰 아이게 제 여동생에게 좋은 오빠가 되어 주기를 바랬었다. 오빠와 여동생이 서로를 아끼고 좋아하며 지내는 모습이란 얼마나 보기 좋을까. 어서 빨리 둘째가 자라 사이좋게 어울리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내 주위에선 형제끼리, 자매끼리, 오누이끼리 징그럽게 싸우고 투닥거려서 힘들다고 하소연하는 엄마들이 적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서로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걱정을 하는 엄마들은 내게 오누이는 사이좋게 지내기가 더 어렵다며 미리 염려해주기도 했었다.
사실 남편은 3형제 중 둘째고, 나는 딸 다섯이 내리 있는 자매들 사이에서 자라서 '오누이'라는 관계를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오누이를 사이좋게 키우는 요령이나 방법 따위들을 알 수 도 없었다.
그렇지만 아이들은 잘 자라주었다.
앙앙거리며 싸울 때도 많지만 서로를 좋아하고 아끼는 마음은 아주 깊다.
사이좋은 형제로, 오누이로 키우는 비결은 무엇일까.
내 경우엔 아이들 사이에 터울이 큰 것도 한 몫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첫 아이 필규는 만 4년 동안 엄마 아빠의 극진한 관심과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다.
다섯 살 때 동생이 태어났지만 이미 어느정도 상황에 대한 이해력이 생겼을 때여서
엄마의 입장이나 어린 동생에 대해 설명해주면 알아듣고 기다리거나 함께 돕곤 했다.
큰 아이가 도와주니 동생 보기가 한결 수월했다.
연년생이거나 두 살 터울인 경우엔 큰 아이 역시 돌봄과 보살핌이 여전히 필요할때 동생이 생기다보니 엄마가 둘을 동시에 보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더 어린 동생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엄마를 큰 아이가 이해할 수 없어 같이 떼쓰고 보채며 동생을 시기하고 괴롭히는 경우가 많았다. 당연한 일이다.
셋째는 큰 아이가 여덟살, 둘째가 네 살때 태어났다.
이미 크 아이와 둘째는 서로 같이 노는 친구가 되어 있던 상황이어서 동생의 존재를 기쁘게
환영해 주었다. 둘째 아이는 오빠도 있고 오빠가 학교에 가거나 내가 바쁠 때에는 저 혼자도 잘 놀줄
알아서 큰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동생이 생기는 모든 과정을 함께 했고, 집에서 동생이 태어나는 모습까지 같이 보았기에
동생의 존재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이를 낳는 동안 원하지도 않았는데 엄마와 떨어져 지내거나, 다른 곳에 보내졌다가 다시 집에 와서 그제서야 동생을 보게 된 언니 오빠들은 동생에 대한 거부감과 원망을 많이 표현하곤 했다.
동생이 생기고, 태어나는 모든 시간동안 엄마와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았던 두 아이들은
동생이란 존재에 대해 질투나 시기, 괴롭힘이 없었다.
자기도 엄마가 필요하다고 내게 매달리거나 속상해 할 때도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에 대한
감정이었지, 동생에 대한 것은 아니었다.
큰 아이도, 둘째도 완전히 어린 아이들이 아니었기에 막내를 키울때 두 아이에게 수시로 도움을
요청하곤 한 것도 아이들끼리이 사이가 좋아지게 한 비결이었다.
특히 여덟살인 큰 아이에게는
'네가 키도 크고 힘도 세어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된다'같은 말로 자주 격려해주고, 크고 작은 역할을
맡겨 주곤 했다. 그래서 큰 아이는 동생과 함께 외출을 할때 스스로 제가 유모차도 밀고, 내 기저귀
가방을 들어주곤 했다. 그 일은 자기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제가 엄마에게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 동생 듣는데서 오빠가 너무 고맙다고 칭찬해주는 일도 잊지 않았다. 둘째가 내게 뭔가 부탁하면 우선 오빠에게 가보라고 일러주곤 했다.
엄마가 바쁠때는 오빠에게 부탁하고, 의지하고, 도움을 받는 일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했다.
그리고 사소한 도움에도 '오빠야, 고마워' 인사하게 했다.
귀찮아 할때도 있었지만 큰 아이는 둘째의 부탁을 잘 들어주었다. 엄마에게도 동생에게도 인사와 격려를 받는 것이 싫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셋이서 함께 지낸 시간들이 월등히 많다는 데 있지 않을까?
서로를 충분히 겪을 수 있었기에 정도 깊어졌을 것이다.
내 어린시절을 봐도 딸 다섯이 한 방을 쓰면서 내내 같이 자고, 같이 놀고, 같이 지내면서
싸우고, 화해하고, 다시 어울리며 징글징글하게 얽혀 지냈었다. 그래서 지금도 모이면
웃음과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어린시절의 함께 한 추억들이 끝없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동생이 태어나면 첫 아이까지 보는 게 힘들다고 일찌감치 어린이집이나 시설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어린이집에서 돌아와서도 이런 저런 프로그램이나 학습지등등
큰 아이가 하는 활동들이 많으면 동생과 실제적으로 어울리며 노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
서로의 존재를 속속들이 지켜보고 겪어가며 이해할 수 있는 기회들이 너무 적은 것이다.
또래 친구보다 더 중요한 게 형제 사이라고 믿는다.
친구와 즐겁게 지내는 것 보다 먼저 제 동생들과 재미있게 즐겁게 지낼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또래 친구를 사귀어주는 일에 부모들은 엄청난 관심과 시간을 투자하지만 그보다 먼저
가족들과, 형제들과 더 잘 지낼 수 있도록 신경쓰고 이끌어 주어야 한다.
형제간의 정은 태어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부대끼고 투닥거리며 함께 지내고 어울리고 놀아보는 시간 속에 깊게 깊게 그 뿌리가 내려지는 것이다.
열살 필규는 학교에 가면 오후 여섯시까지 학교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려 놀다 온다.
막내와는 일곱살이나 차이 나지만 집에 오면 동생과도 재미나게 어울릴 줄 안다.
학원이나 숙제가 없는 열살오빠는 지금도 어린 동생과 같이 영화를 보며 킬킬거리고, 기분 좋으면 몇 권씩 동화책을 읽어주기도 하는 자상한 오빠가 된다.
동생들과 외출을 할땐 늘 막내를 챙겨야 하는 엄마대신 여섯 살 둘째 손을 잡아주고 챙기는 오빠다.
어렸을때부터 그렇게 같이 지내온 동생들이기에 자연스럽고 당연한 모습일 것이다.
그래서 두 여동생들은 오빠가 좋아하는 '스타워즈'에 함께 열광하고, 오빠와 똑같이 레고를 좋아하는 오빠의 펜들이 되었다.
큰 아이가 자라면서 점점 저만의 세상이 생기겠지만 두 여동생들의 따듯한 관심과 애정이 살아가는 내내 가장 든든한 자산이라는 것을 알아 갈 것이다.
부모가 없는 세상에선 셋이서 오래 오래 서로를 챙기고 지켜주며 살아가리라.
역시... 셋이라서 참 다행이다.
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 이 글은 ■ <한겨레> 육아사이트-‘베이비트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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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 이 글은 ■ <한겨레> 육아사이트-‘베이비트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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