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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베이비트리

“6개월 된 딸, 문화센터 다녀온 뒤 짜증 부려요”

등록 2012-10-05 15:13수정 2012-10-05 16:37

베이비트리 ‘아이 교육, 그 새로운 발견’
* 이 글은 한겨레 육아사이트 (■ ‘베이비트리’)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외동인 딸아이가 어느새 엄마가 되어 친정엄마에게 일상을 보고하는 전화 내용입니다.

“엄마! 나 요즘 키즈카페랑 문화센터 다니며 아현이랑 (6개월) 잘 놀고 있어요~! 아기랑 하루 종일 씨름하며 지내기가 너무 따분해서 한 달 전부터 매주 화요일 외출해요. 혼자 나가기가 번거롭고 조금 두려웠는데, 한번 시도하니까, 이제 재미있어요. 근데 지난주부터 아현이가 좀 이상해졌어요. 문화 센터 다녀온 날은 초저녁에 일찍 골아 떨어져 자는데, 다음 날에 더 짜증을 부리는 것 같고, 한번 울기 시작하면 자지러지게 울어요. 어디가 아픈 건가? 엄마는 어떻게 생각해?”

첫 손녀를 둔 50대 후반의 친정엄마는 다시 교육 상담자를 찾아 하소연하는 어조로 자신의 의견을 이렇게 개진합니다: “내 딸 아이를 포함하여 요즘 젊은 엄마들이 문화센터와 키즈카페 같은 곳을 너무 자주 다닙니다. 아이 키우느라 집안에서 지내고 있는 것이 너무 지루하고 자신이 퇴보되는 것 같다며 돌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조산원에 함께 머물렀던 또래 엄마들을 자주 만나고 있대요. 문화센터에 가는 날은 아이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에 참석하는데 주로 음악에 맞추어 아기랑 춤추는 동작을 하다가 음악이 멈추면 동작을 멈추는 놀이를 한다 하네요. 그 시간이 끝나면 말 통하는 엄마들 몇 명과 점심 외식하고, 커피까지 마시고 귀가하면 스트레스도 풀리고 정보교환도 많이 된다고 자랑입니다. 잦은 외출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했더니 화를 내며 전화를 끊더군요. 이런 경우 제 딸아이를 어떻게 설득해야 하나요?”

대개 초보 엄마들은 첫 아이를 잘 키우고자 생활여건이 어느 정도 허락되면, 직장을 포기하고 양육에 전념하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긍정적인 결심이 한해를 넘기는데 여러 고비가 찾아옵니다. 아기를 위해 정성을 쏟아가며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다가 어느 순간 불안감과 회의가 밀려옵니다. ‘아무 정보도 없이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이 맞나?’ 또는 ‘몇 년간 이렇게 아이와 가정을 위해 묻혀 지내면, 내 자신은 퇴보하는 것이지? 나는 언제 자기 개발을 할 수지? 내 인생도 생각해보아야하는 것 아닌가?’ 출산 후 5개월간 집안에서 착실하게 양육에 몰두한 초보 맘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의 유형입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이왕이면 아이와 혼자 있는 시간을 유익하게(?) 보내고 싶고, 양육에 대한 정보를 나누고자 또래 엄마들과 만남의 시간을 희망합니다. 이런 심리를 이용하여 요즘 키즈카페가 호황이고, 수많은 문화센터에서는 어린 아기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엄마와 아기를 위해 일상의 기분 전환은 물론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 방법과 장소의 선택에서 상업적인 요소들은 피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엄마가 아기 입장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기본적인 것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탄생이후 만 3세 까지 아기의 보호막 형성이 중요합니다. 이것은 마치 엄마가 임신 중 아기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것을 주의하며 생활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기의 감각기관들 중에서 시감각과 청감각은 어른이 의식하여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구체적인 예시로써,

-대형 마트나 백화점의 공간은 아이가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공간의 크기가 아이에게 압도적이며, 진열된 대량의 물건과 조명이 시각적으로 너무 자극적입니다.

-대형 사우나 공간도 같은 이유에서 어린 아이에게는 쾌적하지 않습니다.

-문화센터 강좌에 어린 아이를 동반하는 것은 고려해 보아야 합니다. 대부분 음악에 따라 엄마가 아이를 안고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큰 소리의 경쾌한 음악이 엄마에게 흥겨움을 줄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커다란 소음입니다.

엄마의 육성이 가장 쾌적한 소리인데 비하여 기계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아이의 귀에는 굉음에 가까운 소음입니다. 더욱이 빠른 속도로 음악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이를 불안하게 만듭니다.

-카페는 어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공간입니다. 고상한 음악이 끊임없이 흐르고 은은한 조명이 비춰져도 카페 공간은 아기가 유모차에 누워 있던지 엄마 품에 안겨있던지 하니 유익하지 않습니다. 닫힌 공간의 탁한 공기가 아이의 호흡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어린 아이는 매순간 세포분열하며 성장하므로 신선한 바깥 공기를 필요로 합니다.

이런 종류의 외출이 잦은 아이들에게 두드러지는 특징들이 있습니다.

-외출 당일 아이가 저녁에 쉽게 잠드는 것은 낮 동안의 감각적 자극이 너무 심하여 아기의 몸이 지쳤다는 신호입니다.

-이와 반대로 저녁에 심하게 보채며 잠을 못 이루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신경 자극이 너무 심하게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심한 경우 며칠간 불면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 거리에서 들리는 교통 소음과 마찬가지로 어른을 위한 음악 역시 아이에게는 소음입니다. 소음에 노출되면, 아이의 울음소리가 달라집니다. 울음은 만 1세 미만의 영아에게 의사소통 수단인데, 아이는 소음에 노출된 경험 때문에 갑자기 고음의 울음소리를 내거나 울음의 강도를 평소 보다 높이게 됩니다.

-마트, 백화점, 카페, 문화 센터 등 폐쇄된 실내 공기는 아이의 면역력을 약화시킵니다. 따라서 기침과 감기 증세에 자주 시달립니다.

Q. 큰 아이를 키울 때는 시부모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마트에 갈 때 거의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았고, 봄철과 가을에는 가능한 규칙적인 산책을 즐겼습니다. 그 덕분에 아이가 건강하게 자란 것 같아요. 둘째 아이부터 시댁에서 분가하여 어쩔 수 없이 마트나 백화점에 갈 때 온가족이 모두 외출합니다.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고, 겨울에는 따뜻해서 한동안 이런 기회를 즐겼습니다. 그래서인지 딸아이가 여름에도 감기를 달고 살았어요. 냉온방 시설이 아이에게 그렇게 해로운가요?

A. 어린 아이들은 땀샘 발달이 진행 중에 있으므로 체온 조절이 어른과 다릅니다. 여름에 냉방기를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또는 가정에서 자주 사용하면 땀샘 조절 능력이 약화됩니다. 어른은 물론이고 아이도 더울 때 자연스럽게 땀을 흘리는 것은 건강에 유익합니다.

그리고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으로 주말에 대형마트에 아이들을 데리고 온가족이 외출합니다. 긴급한 상황 이외에는 엄마나 아빠 한분은 가정에서 아이들과 머물고, 한분만 장보러 나오는 것이 좋습니다. 시간도 절약되고 충동구매를 줄이는 방법일 뿐 아니라, 아이들 성장에도 매우 바람직합니다. 감각적 자극에 지나치게 노출되면, 현대 아동들이 흔히 겪는 증세로써 주의산만 또는 집중력 약화를 가져 올 수 있으며,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글 이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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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정희.

독일 마르부르크 대학교에서 독어독문학 박사 과정까지 마치고 귀국, 이때부터 한국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의 창의력, 상상력, 자질 발현을 중요시 여기는 교육학자. 사회변화는 교육문화의 개선에서 시작된다는 확신으로 슈타이너의 발도르프 교육 서적을 번역하고 강의하다가, 뒤늦게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도르프 사범대학에서 슈타이너 인지학과 발도르프 교육학을 전공했다. 2000년부터 (사)한국루돌프슈타이너인지학연구센터를 이끌며 번역서로 <아이들은 머리로 배우나>, <정신과학에서 바라본 아동교육> 등이 있다.

이메일 : charirang123@hanmail.net 트위터 : steinercenter 홈페이지 : http://steinercente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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