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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베이비트리

뉴욕 엄마들이 포대기에 열광하는 이유

등록 2012-08-15 14:32

한겨레 자료사진.
한겨레 자료사진.
유행의 최첨단을 달리는 뉴요커 엄마들이 '포대기'에 매료되고 있다.
맨해튼의 육아 용품점에서는 포대기를 사용하는 법에 대한 강의가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다.
유모차대신 포대기를 써 본 뉴욕의 부모들은 입을 모아 실용적이며 아이와 잘 밀착되어 좋다고 칭찬을 한다. 정작 우리나라에선 촌스럽다고 사라져가는 포대기가 지구 반대편에서 이렇게 인기를 끄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최근 흥미로운 다큐멘타리 한 편을 보았다.
EBS 다큐 프라임에서 방영한 '오래된 미래 전통육아의 비밀'이 바로 그것이다.
이 다큐멘타리의 처음은 뉴욕의 포대기 열품으로 시작된다. 한국의 포대기는 아이와 엄마를 이어주는 놀라운 물건이라는 찬사가 넘친다.
뉴욕의 중산층과 고학력자 엄마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포대기 사용은 요즘 미국에서 한창 불고있는 '애착 육아 운동'의 한 단면이다. 애착육아란 거창하게 들리지만 엄마가 아이와 밀착된 육아를 말한다. 포대기로 아이를 업고 집안일을 하거나 외출을 하는 것처럼 엄마와 아기가 분리되지 않고 꼭 밀착되어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 질 수 록 아기도 안정되고 육아도 편해진다는 이론이다.

유모차를 비롯해서 슬링이나 아기띠, 그 어느것도 포대기만큼 완벽하게 아이와 엄마를 이어주지 못한다. 양 손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아이가 온 몸으로 소통하며 함께 지낼 수 있는 포대기는 애착육아의 상징으로 자리잡았지만 정작 포대기의 원조인 우리나라의 젊은 엄마들은 백만원이 넘는 최고급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우아하게 말고 다니는 것을 선호한다.

서양 연구자들이 아기가 엄마와 밀착되어 지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긍정적인 심리적 유대가 커진다고 말한다. 특히 엄마와의 충분한 신체접촉은 아기의 지각발달과 뇌발달도 촉진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늘 엄마들에 업혀 있으면 독립심이 적어질것 같지만 엄마와 충분한 소통과 친밀감을 나누며 큰 아이들이 오히려 사회성과 독립심이 크다고 한다. 포대기의 과학적 효과가 똑똑한 서양 엄마들을 매료시킨 이유다.

애착 육아란 '양육에서 아이와 부모간의 긍정적인 심리적, 정서적 유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대안육아법이다. 어려운 말 같지만 사실은 우리의 전통육아가 바로 애착 육아법이다.
전통육아란 무엇인가. 바로 포대기로 상징되는 밀착육아다. 아이와 함께 자고, 자주 안아주고, 엄마가 아이와 눈을 맞추며 잼잼과 짝짜꿍을 함께 해주며 놀아주는, 수많은 세월 동안 우리의 어머니들이 우리를 키워온 바로 그 방식 말이다.
젊은 엄마는 잘 모르는 아이의 생각을 할머니는 금방 알아채고, 할마니의 단조로운 자장가 소리에 쉽게 잠드는 이유도 우리 몸속에 수천년간 새겨진 자연스런 육아법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꼭 맞는 우리 음식이 있는 것처럼 아이를 키우는 것도 도 수천년 동안 내려온 우리 전통과 문화속에서 이어져 내려온 방식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편하고 잘 맞는다는 사실을 이 다큐는 전하고 있다.

많은 엄마들이 그렇게 읽고 따라하고 있는 서양식 육아법에서 늘 부족하고 힘들었던 점들이 전통육아의 지혜속에서는 편하고 자연스럽게 쉽게 풀린다. 우리 역시 그렇게 키워져 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신생아시절부터 아기를 길들이고, 배변과 수유간격, 수면 패턴을 훈련시기느 것 등은 모두 서양식 육아법이다. 이런 서양식 육아법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몇 십년 안되었지만 우리의 육아패턴을 모두
바꾸어버릴만큼 그 위력이 크다.
그러나 서양식 육아법을 따르기 시작하면서 아이 키우는 일이 훨씬 더 힘들어진 것도 사실이다.
책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그만큼 힘든데다 끊임없이 내면의 불안과 충돌하기 때문이다.
우는 아기를 안아주지 말라는 책 내용을 따르려면 아기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수면패턴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몇날 밤을 끔찍하게 우는 아이를 지켜봐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국제애착육아협회에서는 급속한 현대 문명과 지식이 엄마들이 가지고 있는 육아 본능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다. 육아서에서 말하는 지식이 보급되면 될수록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엄마들로 하여금 불안과 죄책감을 갖게 한다.
내면의 육아본능이 사라지면서 아이들에게는 애착형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부모들은 육아를 힘든 업무로까지 여기게 되었다.

육아본능을 잃어버린 엄마들은 육아 상황에 매사 자신감이 없고 직관적으로 반응하지 못한다. 감성보다 이성으로 아이를 대하고 아이가 보내는 신호보다 인터넷이나 책에 나오는 정보나 전문가의 견해를 더 믿게 되는 것이다. 더 많은 정보와 조언을 찾을 수록 내 아이를 이해하는 일은 더 힘들어진다.
스트레스는 쌓이는데 아이와 애착은 더 멀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되고 만다.

육아가 쉬워지는 비결은 우리 전통육아의 문화에 이미 다 있다.
어린 아기를 품에서 키우고, 아기와 함께 자며 아기의 모든 반응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것, 포대기로 아기를 업고 일상속에서 끊임없이 아기와 소통하는 일, 특별한 장난감 없이도 노래와 소리, 간단한 몸짓으로 아기와 함께 놀아주는 일등이 그것이다.

아기가 울때마다 충분히 안아주는 일, 아기와 함께 자는 일도 아기에게 더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이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억지로 수면교육을 시키면 밤에 덜 운다고 좋아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심리학자들은 아기가 밤에 울지 않는 것은 수면교육으로 편안하게 잠이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울어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알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포기 해 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진정한 독립심은 아기를 따로 재우고 울때 안 안아주지 않고 시간표에 맞추어 키우는 것이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아기가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었을때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는 일에서 길러진다.
그전까지는 엄마의 품을 충분히 느끼며 밀착되어 키워져야 한다.

수유간격을 정하는 것도 옳지않다. 아이마다 원하는 수유양과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엄마들에게 필요한 것은 원칙과 훈련이 아니라 내 아이를 믿고 내 아이에게 맞추는 것이다.
인류학자들도 수유는 자연적인 행동이지 관리되는 행동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많이 업어주는 것이 다리를 휘게 한다는 것도 틀린 이론이다.

오히려 전통육아에서 포대기로 아기를 업어 키운 것은 고관절 발달에 아주 좋은 자세라고 한다.
하루 24시간 내내 업고 있지 않는다면 전혀 걱정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서양과 우리 나라는 전통과 문화가 전혀 다르다. 아이를 키우는 방식도 다를 수 밖에 없다.
서양문화가 한꺼번에 급속도로 우리에게 전해졌다고 해서 수천년 문화속에서 새겨진 감정과 본능까지 발꿀수는 없다. 현재의 육아법은 미국식 육아법이다. 구체적으로 아기를 따로 재우고 우는 아이를 무시하고 시간표를 짜서 강요하는 것 등이다. 말을 듣지 않으면 벌도 감행한다. 국제 애착협회는 이런 방식이 '잔인한 육아'라고 지적한다.

엄마중심의 미국식 육아가 낳은 폐해는 미국사회에서 청소년기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모와 아이가 친밀하게 지내는 시간이 많을 수 록 청소년기 아이들의 공격성도 줄일 수 있다. 어쩌면 지금 우리 시대가 겪고 있는 심각한 청소년기의 부적응은 내면의 육아본능을 무시하고 성급하게 따라한 미국식 육아법이 준 부작용일지 모른다.

정작 미국의 부모들은 한국의 포대기로 아이를 업고, 아기와 함께 잠을 자며 아기와 친밀한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애쓰는 애착 육아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 엄마들은 어떨까.
임신을 하면 출산을 하기 전에 이미 아기 침대를 들여 놓고 조상의 지혜가 담긴 포대기는 촌스럽다고 외면하고 보행기며 아기 의자를 통해 아기를 너무 일찍 품에서 떨어뜨리려고 애쓰고 있다. 조금만 크면 최고급 유모차에 태워 밀고 다닌다.

아기가 엄마와 가장 밀착되어 최대한의 접촉을 나누어야 할 시기를 다 떨어져 지내고 있는 것이다.
아기가 엄마와의 밀착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장점을 다 놓친 후에야 아기의 지능과 감성을 키워주겠다며 각종 교구, 프로그램 속으로 아기를 밀어 넣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맞지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할게 아니라 우리에게 잘 맞곤 훌륭하기까지 한 전통육아의 지혜에 귀를 기울이자. 장난감을 쥐어주기 전에 엄마가 아기 손을 잡고 함께 놀아주자.

너무 일찍 기관에 보내지 말고 가능한한 오래 엄마의 품을 느끼게 하자. 당신이 직장맘이라고 해도 아이와 밀착되어 지낼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첫 애를 가졌을때 나도 '베이비 위**'같은 책을 열심히 읽었다. 그러나 정작 내 아이에겐 맞지 않았다. 무엇보다 아기가 책대로 반응해주지 않았다. 할수없이 아이에게 맞추어 안아주고 함께 자며 품에서 키웠다. 돌아보니 오히려 그게 더 좋았던 것 같다.

육아는 세련되고 우아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게 절대 중요하지도 않다.
포대기를 쓰건 아니건간에 내 아이와 얼마나 친밀하게 이어져 있는가가 핵심이다.
비싼 유모차를 사지 못한다고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비싼 육아 용품이 엄마와 아기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한다.

10년간 세 아이를 품에서 키우면서 젊은 엄마들의 육아법과 상충되는 점이 많은 것을 이해시키기가 어려웠는데 이 다큐를 보고 정말 힘을 얻었다.
아이 키우면서 혼란과 어려움을 겪는 많은 엄마들이 꼭 한 번 챙겨보기를 권한다.
다시보기를 통해서도 볼 수 있고 최근에는 책으로도 나와 있어 자세한 내용을 참고할 수 있다.

전통음식을 멀리하면서부터 성인병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안다.
김치와 두부를 오히려 외국인은 건강때문에 먹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듣고 있다.
우리땅에서 난 우리으 전통음식이 우리의 건강을 제대로 지켜주는 것 처럼 우리 곁에는 전통육아의 깊은 지혜가 있다. 인터넷의 바다에서 내게 맞지않는 정보들로 혼란을 겪지말고 이젠 편하게 우리것으로 제대로 키워보자.

멀리했던 포대기부터 다시 새롭게 보는 것은 어떨까.

신순화

서른 둘에 결혼, 아이를 가지면서 직장 대신 육아를 선택했다. 산업화된 출산 문화가 싫어 첫째인 아들은 조산원에서, 둘째와 셋째 딸은 집에서 낳았다. 돈이 많이 들어서, 육아가 어려워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없다는 엄마들의 생각에 열심히 도전 중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경험이 주는 가치, 병원과 예방접종에 의존하지 않고 건강하게 아이를 키우는 일, 사교육에 의존하기보다는 아이와 더불어 세상을 배워가는 일을 소중하게 여기며 살고 있다. 계간 <공동육아>와 <민들레> 잡지에도 글을 쓰고 있다.

이메일 : don3123@naver.com

블로그 : http://plug.hani.co.kr/don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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