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자료사진
‘황덕상의 女 보세요’ 코너를 쓰기로 결정하면서 가졌던 생각이 ‘그냥 수다 떨기’였다. 여성의 몸과 건강에 대해서 오해하기 쉬운 내용만 쏙쏙 골라서 쉬운 말로 설(說)을 풀거나, 몸이든 마음이든 아플 때 옆에서 다독여주는 말 정도의 ‘수다’를 떨까 생각했었다. 그래서 글을 쓸 때 뭔가 치밀하게 논문 쓰듯이 완벽하게 준비하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수다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이번 글쓰기의 방향이었다. 절대로 생각의 흐름이 아니라 ‘수다의 흐름’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논리적인 생각의 흐름과 거리가 먼 이상한 결론이 나오거나 쓸데없는 이야기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천성이 이과적적 사고를 타고난 필자를 좀 이해해 달라~^^;) 그런 수다의 흐름이 치명적인 약점이 있는 것 같다. 마음의 변화라는 바람에 따라 잘 흐를 때도 있고, 잘 흐르지 못할 때도 있다. 너무나 송구스럽게도 이번 5번째 수다의 흐름은 너무도 막혀서 글쓰기가 심각하게 지각을 하였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2주전에 나에게 수다의 흐름이 전혀 생겨나지 않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무슨 사건인지 구체적으로는 말하지 않겠다. 듣는 이도 말하는 이도 유쾌하지 않을 신문지의 사회면을 장식할 만한 일이, 5년간 가족같이 지내면서 맞벌이 부부인 우리 가족을 위해 애기 봐주셨던 할머니의 가족에게 발생했다. (이쯤하면 아~ 눈치 채고 이해해주시리라~생각한다. 혹시라도 깜짝 놀라서 걱정해주시는 분이 있을지 모르니 안심하시라고 먼저 말씀드리면, 큰 충격은 있었지만 잘 극복해가고 있다는 점을 밝히겠다.) 하지만, 5살, 7살의 아직 세 살 물정 모르는 아이들을 맡아 봐주는 분에게 불미스런 일이 생겨,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할 상황이었다. 정말 많은 복잡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당장 애들은 누가 봐주지? 다른 사람을 구하려면 어떤 조건으로 구하지? 입주하시는 분으로 구해야 하나? 출퇴근하는 분으로 이번 기회에 바꿀까? 새로운 분은 믿을 수 있을까? 그래도 오래 봐주시던 분이 나을 텐데? CC TV를 설치해야 하나? 적당한 분 만날 때까지 장모님께 부탁을 드려야하나? 유치원은 어떻게 보내지? 애들이 너무 슬퍼하면 어쩌지?’ 등과 같은 108가지는 족히 되는 고민거리가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다행히 며칠을 고민하다가 원만하게 좋은 다른 분을 구할 수 있어서, 지금은 마음을 다잡고 수다를 떨고 있기는 하다.
자~ 남의 속까지 시끄러워지는 일들을 들으니 어떤 분들은 예전에 첫 아이 낳고 기르던 때의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고, 임신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은 한숨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글의 주제를 쓰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던 사건이었기에 살짝 언급했다. 처음에 기획했던 이번 주제는 “임신 즐기기” 였다. 당연히 주제에 걸맞게 임신에 대해서 좋은 점들에 대해서 동화 속 상상처럼 기쁜 일들과 요즘 아들들이 커가면서 보여주는 재롱에 행복해하는 시간들에 대해서 자랑하듯 마구마구 쓸 예정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항상 동화속의 “그래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보다. 임신, 출산과 육아의 사회적 문제들은 1박 2일을 꼬박 토론해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일을 지내면서 오히려 좀 더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되었다. 물론 답을 찾은 건 아니지만, 우리 삶이란, 생명, 아이들의 존엄성에 대해 짧게 생각해보게 된 것이다. 답이 없기에 우리 서로 고민해 보는 시간을 1분씩 가져보기로 하자는 건의를 하면서 다시 오늘의 주제로 돌아가보자.
임신의 현실은 뭘까?
그럼, 임신을 하기 위한 건강적인 차원에서의 현실은 어떠한가? 임신은 병적인 반응인가?
임신은 지극히 정상적인 생리과정이다. 임신과 관련해서 병원을 가는 것이 꼭 치료해야하는 질병이 있어서 가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인간에게는 아니 자연의 일부로서 너무나 당연한 변화가 임신 중에 생기는데, 그 변화에 대해서 잘 모르고 아니 많이 잊어버렸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잘 모르기 때문에 당황하고 힘들어하게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이 자연스런 과정을 임신계획 단계에서부터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신을 본격적으로 생각하기 전에는 아마도 대부분의 부부들은 임신이 잘 되고 마음만 먹으면 100% 성공할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의학적으로도 정상적인 남녀가 한 번의 생리 주기 당 임신할 가능성은 20% 정도에 불과하며, 배란 주기에 맞추어 임신을 시도한다 하여도 임신 가능성은 35% 이상은 되지 않는다. 옛 말에 손만 잡았는데 임신이 되었다고 했던 말은 역사에 길이 남을 새빨간 거짓말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남녀가 임신을 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3개월에 57%, 6개월에 72%, 1년에 85% 그리고 2년에 93% 정도가 임신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한다. 임신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구나 눈치 채야 한다. 더구나 요즘 같이 결혼 연령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좀 더 문제가 생기는데, 연령이 증가하면서 생식능력은 조금씩 감소하다가 40세 이후에는 매우 급격히 감소하는 특징이 있다. 임신의 현실에 대해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것은 임신 가능성이 생각보다 떨어지는구나 하는 점이다. 심지어 의학적 도움을 받더라도 어려운 사람이 아직 많이 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되는가?
이런 임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미리 임신의 기본이 되는 부부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생활습관 개선을 실천하면 된다. 아~ 이 뭐 유치원 교재에 나오는 멘트인가. 하지만, 사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미 알고 있는 단순한 원칙이 가장 확실한 것이다. 다들 실천하는 묘미를 잘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일 뿐이다.
요즘은 불임이라는 단어 대신에 난임(難姙)이라는 말을 사용하자는 경향이 있다. 어려울 난(難)과 임신의 임(姙)이 합해진 말고, 임신이 어려울 뿐이기 충분히 성공 가능하다는 멋진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찌되었든, 이 난임의 원인 중 10~20%는 원인이 잘 알려지지 않은 경우이다. 또 원인이 알려져 있다고 해도 그 원인을 치료한 후 성공률을 생각해 보면 임신을 위해서 기질적인 원인만 해결해서 되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임신은 감정적, 심리적인 요인까지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아마도 이 점은 과학이 발전해도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점으로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임신 성공이라는 목표점만 보지 말고, 부부가 만나서 사랑하게 되는 과정 중에 생기는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에 임신이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배란일 따져보고, 그날이 되면 올림픽 선수 금메달 결정전에 임하는 것처럼 긴장해서 임신시도를 하고, 또 그 임신 성공여부를 지켜보는 과정에서도 양궁경기 결승전에서 역전 가능한 마지막 남은 한발의 화살을 쳐다보듯이 긴장하면서 초조하게 지켜보지는 말자 이 말이다. 그 마지막 화살이 날라 가는 저 하늘의 푸르름과 토끼도 닮고 강아지도 닮은 것 같은 구름들은 왜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 금메달을 따기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 장하고 위대한 것처럼, 남녀가 만나서 살아가고 앞으로 평생 기대고 도와주면서 살아가는 그 삶 자체를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좋은 일들 만들어가는 것이 더 중요한 핵심이 아니었을까 싶다. 더불어, 우리의 생명에 대해서, 아이들의 존엄성에 대해서, 인생의 즐거움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임신의 현실에 더 적합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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