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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왜 동생 재수가 11살에 죽어야 했는지 가슴이 멥니다”

등록 2021-05-05 18:43수정 2021-05-06 02:34

어린이날 광주 5·18민주묘지에서
80년 5월 계엄군 총탄에 사망한
전재수군 영정묘비 제막식 열려
41년 만에 찾은 얼굴사진 앞 향불
“이제라도 동생 얼굴 보게 돼 다행”

5·18 때 12살 이하 사망·실종 8명

5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유영봉안소에 설치된 전재수군의 영정 사진.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5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유영봉안소에 설치된 전재수군의 영정 사진. 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왜 우리 동생이 11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죽어야 했는지 가슴이 멥니다. 이제라도 동생 얼굴을 보게 돼서 다행입니다.”

5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전재룡(60)씨는 동생의 영정 사진 앞에서 한참을 울먹였다.

이날 5·18유족회는 어린이날을 맞아 41년 전 계엄군의 총탄에 숨진 전재수군 사진묘비 제막식과 추모식을 열었다. 1980년 5월24일 11공수여단에 의해 희생된 전군은 생전 사진을 찾지 못했다. 그동안 묘비에는 영정 사진 대신 무궁화 사진이 걸려 있었다. 전군의 큰형 재룡씨는 올해 초 아버지 유품을 정리하면서 전군이 나온 가족사진을 찾았다.

전군 가족은 추모식 내내 눈물을 흘렸다. 재룡씨는 “41년 만에 동생 영정 앞에 향불을 피워 기쁘다.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막내 여동생 영애(48)씨는 “그날 마당에서 오빠랑 물놀이했는데 아버지가 시끄럽다고 하니까 오빠가 밖으로 나갔다. 얼마나 놀고 싶은 나이였겠냐. 그동안 이 기억을 잊고 살았는데 오빠 사진을 보고 한꺼번에 떠올랐다. 정말 미안하다”고 오열했다.

5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전재수군의 큰형 재룡씨가 동생의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5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전재수군의 큰형 재룡씨가 동생의 영정사진을 어루만지고 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전군의 모교인 효덕초등학교 교직원들도 ‘어린 나이인데 아무 잘못 없이 희생된 것이 안타까워요’ 등 후배들이 적은 추모의 글을 비석 앞에 놓으며 위로했다. 참석자들은 어린이까지 서슴지 않고 해친 계엄군의 만행에 분노했다.

5·18 당시 숨진 12살 이하 어린이는 전군을 포함해 3명이다. 전군과 함께 5·18 민주묘지에 묻힌 방광범(당시 11살)군은 전군과 같은 날 비슷한 장소에서 11공수여단에 의해 숨졌다. 희생 당시 4살로 추정되는 어린이의 주검도 가족을 찾지 못한 채 5·18묘지 무명열사 묘역에 안장돼 있다. 실종된 어린이도 5명으로 추정된다.

1980년 5월19일 이창현(7살)군은 광주 서구 양동에서 사라졌다. 같은 날 박규현(7살)군은 동구 대인동 집 근처 놀이터에 나갔다가 실종됐다. 5월20일 박광진(5살)군은 외할머니, 외삼촌 2명과 서울로 가려고 전남 무안 집에서 광주로 떠났다가 외할머니, 외삼촌 등과 함께 소식이 끊겼다. 문미숙(10살)양은 5월21일 학동에서 어머니가 총에 맞아 쓰러진 후 행방불명됐다. 백근옥(5살)양은 5월23일 서구 화정동에서 가족이 계엄군에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사라져 돌아오지 않았다.

김영훈 5·18유족회 회장은 “어린이날을 맞아 아무런 죄 없이 희생된 어린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가해자들이 밝혀져 꼭 처벌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1980년 5월19일 광주 양동에서 사라진 이창현(당시 7살)군과 5월24일 송암동에서 계엄군에게 사살된 방광범(11)군.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1980년 5월19일 광주 양동에서 사라진 이창현(당시 7살)군과 5월24일 송암동에서 계엄군에게 사살된 방광범(11)군.국립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바로가기 : 18계엄군에 숨진 11살 희생자, 41년 만에 ‘얼굴’ 찾았다

https://www.hani.co.kr/arti/area/honam/99319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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