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ㅂㄱㅅㄱ 왜 하죠?’가 적힌 현수막.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보궐선거 왜 하죠?’ 현수막을 위법으로 판단한 데 이어, 항의 차원으로 ‘보궐선거’의 초성만 적은 ‘ㅂㄱㅅㄱ 왜 하죠?’ 현수막도 위법이라고 밝혔다. 여성단체가 이번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성폭력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환기하기 위해 내건 현수막인데, 선관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이다.
6일 선관위와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공동행동) 설명을 종합하면, 선관위는 지난달 말 공동행동 쪽에 ‘ㅂㄱㅅㄱ 왜 하죠?’ 초성 현수막도 선거법 위반으로 철거될 수 있다고 안내했다. 앞서 선관위는 공동행동이 제작한 ‘보궐선거 왜 하죠?’ 현수막을 불허했다. 공직선거법 제90조 등에 따라 이 문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초성 현수막도 위법인 것으로 판단해 (공동행동에) 안내했다”며 “선거법상 순수하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현수막만 허용되는데, 기존 ‘보궐선거 왜 하죠?’ 현수막과 마찬가지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김단비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활동가는 “현수막 게시를 담당한 업체를 통해 선관위가 초성 현수막 게시도 불허한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후 선관위가 공동행동 쪽으로 연락해 초성 현수막도 선거법 위반이고, 게시할 경우 철거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고 밝혔다. 김 활동가는 이어 “이제 보궐선거를 왜 하게 됐느냐는 질문마저 공격을 위한 구호로 사용되고 있다”며 “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사건이 어떻게 가능했는가를 묻는 것이다. 현 정치권 중 누구도 이 사건의 원인을 정확하게 숙고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4·7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 성평등 정책 요구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선거가 성폭력으로 시작된 선거임에도 성평등 의제가 사라진 선거”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페미니스트 시민은 △이번 보궐선거를 초래한 원인인 위력성폭력의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시장 △우리 사회의 성차별 문제를 인지하고, 성평등 실현을 위한 정책을 마련하는 시장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시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 회원들이 6일 서울 시청 앞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성평등 정책 요구 기자회견에서 '서울시, 부산시를 성평등으로 채운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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