훼손된 펼침막 옆에 앉은 미래당 오태양 서울시장 후보. 오태양 후보 누리집 갈무리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등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성소수자 의제를 앞세우는 후보의 펼침막이 훼손되는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공공연히 드러나고 있다.
오태양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는 30일 ‘동성결혼·차별금지·퀴어축제 전면지원’ 등 성소수자 관련 공약을 담은 펼침막이 전날부터 서울 곳곳에서 훼손돼 선거관리위원회와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오 후보는 이날 입장문을 내어 “7개 구에서 펼침막 20여개가 훼손됐다”며 “서울 곳곳에서 동시에 유사한 형태의 펼침막 훼손이 보고되고 있어 조직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펼침막은 오 후보의 신체 부위나 공약 문구를 찢고, 펼침막 설치 끈을 끊거나 펼침막 일부를 불로 지지거나 태우는 방식으로 훼손됐다. 오 후보는 “명백한 선거방해 행위이자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라며 “선관위와 경찰은 조속한 수사를 통해 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수자 혐오는 펼침막 훼손뿐 아니라 후보들의 선거 유세 현장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우인철 미래당 정책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유세 차량에 적힌 내용을 보고 ‘퀴어축제 반대’, ‘저 ×× 게이냐’, ‘동성애는 병이다’ 등 혐오 발언을 외치는 경우가 많다”며 “교회에서 ‘교인들 보기에 좋지 않으니 현수막을 치우라’고 요구하거나, ‘동성애는 심판을 받는다’ 등 성경 구절을 인용한 항의 문자가 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페미니즘 관련 공약을 내건 여성 후보들에 대한 공격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페미니즘 관련 공약을 이유로 김진아(여성의당), 신지예(무소속), 신지혜(기본소득당) 서울시장 후보를 공격하는 댓글 등이 이어지고 있다. 기본소득당의 신민주 대변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페미(페미니스트)가 문제다’라는 등 페미니즘 관련 공격성 전화가 사무실로 빗발치고 있다”며 “선거 벽보를 보고 선거운동원에게 신 후보의 외모를 평가하는 등 젊은 여성 후보를 향한 편견과 혐오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후보들이 특정 질병 혐오·비하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되기도 한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26일 유세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중증 치매 환자’라고 표현한 과거 발언을 언급하며 “야당이 그런 말도 못 하는가”라고 말했다.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도 같은 날 부산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부산은 3기 암 환자 같은 신세”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21대 총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들의 발언과 선거 공보물 등에 92건의 혐오 표현이 공개적으로 사용됐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혐오 표현 대상은 성소수자(25건)가 가장 많았고, 장애인(14건), 여성(13건), 노동조합(11건) 순이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선거에서 발생하는 혐오범죄는 ‘소수자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상징적 효과를 노린 것으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정치인의 혐오 발언도 영향력이 큰 만큼 정치인은 일반 시민보다 훨씬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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