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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3973송이 붉은 동백꽃

등록 2021-03-19 20:14수정 2021-03-20 02:30

[토요판] 한 장의 다큐

지난 16일 제주지법은 4·3 당시 폭도로 몰려 불법적인 군사재판을 받고 감옥에 갇혔다가 행방불명된 이른바 ‘수형 행불인’ 333명과 일반재판 생존자 2명에 대한 재심에서 피고인 전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휠체어를 타고 재판정에 나온 생존자, 아흔세살 고태삼씨는 73년 만에 밝혀진 진실을 마주하고서 “남은 인생 편안히 살게 됐다”며 긴 숨을 내쉬었다. “가메기 모르는 식게”(까마귀도 모르게 지내는 제사)를 지내왔을 유족들도 지난 시간의 억울함이 북받쳐 눈물을 쏟았다.

대부분 소요와 내란실행방조 등의 혐의로 체포돼 육지 형무소에 수감된 뒤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은 ‘제주 4‧3 평화공원’에 3973기의 표석으로 서 있다. 이들은 한국전쟁이 터지자 총살당하고 암매장돼 유족들은 주검조차 거둘 수 없었다. 채 녹지 않은 눈밭 위에 툭툭 떨어진 새빨간 동백꽃처럼 억울하게 스러져간 이들의 죽음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봉기·항쟁·폭동·사태·사건 등으로 불리면서 아직까지도 올바른 이름을 얻지 못해 비문을 새기지 못한,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공원 안 백비(白碑)에도 제 이름을 새겨야 한다.

제주/장철규 선임기자 chang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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