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열린 13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법에서 양모가 탄 호송차가 법원을 빠져나가자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검찰이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첫 재판에서 양모에게 살인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그러나 양모 쪽은 “고의가 없었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 정인이 양부모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양모 장씨에 대해 살인 혐의를 주위적 공소사실(공소를 제기한 주된 범죄 사실)로, 기존의 아동학대 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지난달 8일 아동학대 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장씨에게 살인 혐의를 추가한 것이다. 양부 안씨는 아동학대·방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권고하는 살인죄의 기본 양형은 징역 10~16년으로, 아동학대치사죄(징역 4~7년)보다 형량이 높다.
검찰은 정인이가 숨진 당일인 지난해 10월13일 장씨가 자신의 학대로 정인이가 숨질 수도 있다고 인식하고 이를 용인하는 의사(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장씨는 지속적으로 학대당해 몸 상태가 나쁜 피해자에게 복부에 강한 둔력(주먹·발·둔기 등에 의해 뭉툭하게 가해지는 힘)을 가할 경우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했다”며 “(그럼에도 장씨는) 피해자가 밥을 안 먹는다는 이유로 격분해 양팔을 강하게 흔들어 탈골되게 하고 피해자의 복부를 발로 강하게 밟는 등 둔력을 가해 복부 손상으로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공소사실 요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말 법의학 전문가 3명 등에게 의뢰한 사인 재감정 의견서와, 장씨에 대한 심리분석 결과, 범행 전후의 여러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공소장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이와 같은 사정들이 충분히 검토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움과 함께 송구한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장씨 쪽 변호인은 정인이가 사망한 당일 학대는 있었지만 고의성은 없었다며 아동학대 치사와 살인 혐의를 모두 강하게 부인했다. 장씨 쪽 변호인은 “양부모가 부모로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된 데에 전적으로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일부 폭행이 있었으나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정인이가 숨진 당일 장씨가 정인이의 복부를 발로 밟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정인이가 숨진 당일에) 장씨는 피해자가 밥을 먹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그날따라 더 화가 나 평상시보다 더 세게 배나 등 부위를 손으로 밀듯 때린 사실”이 있지만 “감정이 북받쳐 피해자 양팔을 흔들다가 피해자를 떨어뜨린 사실은 있으나 강한 둔력을 작용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다만, 장씨 쪽은 살인과 아동학대 치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소사실은 인정했다. 장씨의 나머지 혐의는 △상습 아동학대(상습 폭행으로 좌측 쇄골, 후두부 골절, 장간막 파열 등의 상해) △아동학대(중심 못 잡는 정인이에게 다리를 벌려 몸을 지탱하도록 강요하는 등 5회에 걸쳐 정서적 학대) △아동유기·방임(15회에 걸쳐 정인이를 집이나 차 안에 홀로 두는 행위 등)이다. 양부 안씨는 아동유기·방임 및 아동학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이날 정인이 양부모는 40분가량 진행된 재판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난해 11월 구속돼 녹색 수의 차림으로 법정에 나온 장씨는 재판 내내 미동 없이 앉아 있었고 안씨는 재판 시작 전 잠시 흐느꼈다. 이들에 대한 두번째 재판은 새달 17일에 열린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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