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개월 영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양부모의 첫 재판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정문 인근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화환에 리본이 떨어지지 않도록 스테플러로 고정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아동학대 비극을 막아주세요-광주엄마’, ‘학대가 삶인지 알았을 정인아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세종서울엄마)’ ‘우리 아가 천국에서 쉬고 있어 이젠 엄마가 싸워줄게(정왕맘)’…
11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검 정문 앞 인도에 근조 화환 70여개가 일렬로 놓였다. 대전과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를 포함해 독일과 미국 등 해외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양부모의 학대와 방임으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를 추모하기 위해 보내온 화환이다. ‘경찰은 세 번이나 나를 구하지 못했지만 재판장님은 나를 구해주세요(고창아빠)’, ‘학대에도 이쁨받으려 했던 아이의 원통함을 알아주세요(평택엄마)’ 등 정인이를 추모하거나, 재판부에 엄벌을 촉구하는 글귀가 쓰인 140여개의 리본이 화환에 달려 바람에 휘날렸다.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첫 재판(13일)을 앞두고 엄벌을 요구하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는 이날 ‘양어머니를 학대치사가 아닌 살인죄로 처벌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1인 시위에 참여한 한소리(40)씨는 “둘째 딸이 정인이와 같은 16개월인데 아이를 볼 때마다 정인이가 생각나 미안해서 눈물이 난다. 협회도 정인이 사건 이후에 가입하게 됐다”며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사건을 엄중히 처벌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남부지검 앞을 지나던 김지연(36)씨는 “정인이 사건에서 경찰 등 관련 기관이 3번의 신고가 있었음에도 안일하게 다룬 것 같아 많이 실망스럽다”며 “어린아이가 학대로 받아 숨졌는데 단순히 학대치사라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이정우)는 지난달 8일 양모 장아무개씨를 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고, 양아버지 안아무개씨는 아동학대·방임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등 52개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국회 앞에서 아동학대 근절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신수경 변호사(민변 아동인권위)는 “정부는 쏟아지는 법안과 대책에도 불구하고 아동학대로 숨진 아이들을 왜 구하지 못했는지 답해야 한다”며 “비현실적인 대책이 아닌 실효적인 시스템이 현장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인력과 예산 마련 등이 우선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복지부 장관과 경찰청장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대응체계 △입양절차 및 제도 △아동보호체계 운영 문제점 등을 공개 질의했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첫 공판은 오는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신혁재) 심리로 열린다. 검찰은 법의학 전문가 3명에게 요청한 정인이 사건 관련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양어머니에게 살인죄 혐의를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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