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국내입양인연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미혼모협회 아임맘 등 사회단체 활동가들이 모여 연 `홀트아동복지회 특별감사 실시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펼침막을 몸에 두르거나 손으로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정인(입양 전 이름)이가 입양 뒤 지속적으로 양부모의 학대에 시달리는 동안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 입양기관은 양부모의 말만 듣고 사태를 방치한 정황이 추가로 드러났다.
7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양기관인 홀트아동복지회(홀트)에서 받은 ‘진행 상담 기록’을 보면, 아이의 안전을 확인해야 할 세 기관은 양부모가 학대로 의심되는 상처에 대해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데도 정인이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
지난해 5월23일 어린이집 원장이 정인이의 허벅지에 멍 자국이 있다며 아보전에 신고(1차 신고)한 뒤 홀트 상담원은 5월26일 가정방문을 실시했다. 당시 기록에는 양부가 “멍 발생 경위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고 돼 있다. 하지만 이후 현장 확인을 한 경찰은 양부모의 말만 듣고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로한 정황이 드러났다.
5월28일 양모는 홀트 상담원과의 통화에서 “경찰관 3명이 가정방문을 하여 아동과의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흔하게 있을 수 있는 일이니 너무 힘들어하지 마시라’고 위로의 말을 했다”고 전했다. 6월10일에는 양천경찰서 관계자가 홀트 쪽에 ‘내사 종결’ 결정을 밝히며 “아동을 양육하다 보면 부모가 일일이 멍 등을 인지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해한다”고 말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지난해 6월29일 양부모의 지인 ㄱ씨가 “차량에 홀로 30분가량 방치됐다”며 아보전에 학대 의심 신고(2차 신고)를 했다. 당일 학대예방경찰관(APO) 1명과 아보전 직원 2명은 양부모의 주거지에서 합동조사를 진행했다. 당시 아보전은 정인이의 쇄골에 실금이 갔다는 사실을 파악했지만 우려할 만한 위급한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 내용을 홀트에 공유했다.
이후 7월2일 홀트 담당자는 정인이 집을 방문했다. 그러나 홀트는 “아동이 자꾸 엎드려 자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부딪히는 경향이 있다”는 양모의 말에 “범퍼 침대 등을 알아보라”는 조언만 하고 돌아왔다. 7월8일 홀트 상담원은 “(양부에게) 지속적으로 학대 이슈가 발생되는 부분에 대한 안타까움을 설명”했다고 기록했다.
9월23일 마지막 학대 의심 신고(3차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을 홀트는 5일 뒤에야 알았다. 기록을 보면, 홀트 상담원은 9월28일 아보전 담당자와의 통화에서 신고 사실을 알게 됐다. 마지막 학대 신고가 접수된 3일 뒤, 홀트 상담원이 양모에게 문자로 아이의 상태를 문의하자 양모는 아동이 “기력을 회복했고 잘 놀고 잘 먹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홀트는 앞서 지난 6일 입장문을 내어 “(1차 신고 이후) 아동의 사후관리 진행 상황을 아보전과 공유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기관끼리 아이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신현영 의원은 “가해자인 양부모가 (기관의) 진료 권유를 회피하고 격앙된 감정 상태를 드러내는 등 아동학대의 징후가 분명히 있었음에도 (기관에서)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관계 기관이 꾸준히 논의한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정인이의 상태에 대한 전문적 판단이 없는 상태에서 양부모의 입장만을 수용해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주빈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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