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 본청 앞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고 이한빛 피디의 아버지 이용관씨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부분의 시민들이 코로나19를 피해 집에서 조촐한 연말을 보내고 있지만, 해고 노동자들은 길거리 천막과 빌딩 로비에서 성탄절을 보내며 해고와 중대재해 없는 새해를 소망하고 있다. ‘사람이 먼저’라는 정부 아래서도 생존권을 위한 노동자의 삶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김정남(59)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 등 노동자 5명은 올해 성탄절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 농성 천막에서 보냈다. 지난 5월 아시아나항공의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KO)’의 무급휴직 요구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당해 시작한 농성이 계절을 지나 226일째(지난 26일 기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낮에는 부당해고 노동자의 복직, 케이오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요구하는 선전전을 펼치고, 밤에는 남성 노동자 3명이 돌아가며 텐트를 지키는 일상이 성탄절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김 지부장은 2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연말이라고 다를 건 없다. 춥긴 하지만 건강에 문제는 없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대신 “중앙노동위원회의 판정이 나왔지만 회사는 행정소송까지 끌고 갈 것 같다”고 했다. 김씨와 함께 해고된 6명의 노동자들은 지난 7월 모두 서울과 인천의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이어 지난 8일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도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판정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케이오는 중노위의 판정에도 복직 명령 이행 및 임금상당액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지부장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합병한 뒤, 내년 4월쯤에나 어떻게 될지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추운 겨울의 천막보다 혹독한 것은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연말을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민들은 또 있다. 고 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을 촉구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농성을 하고 있다. 그와 함께하는 정의당의 지역당들도 일제히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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