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2017년 대선 때 ‘드루킹’ 김동원씨 일당과 공모해 인터넷 기사의 댓글 순위를 조작하고 2018년 지방선거에서 공직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혐의로 기소된 김경수 경남지사가 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1심은 김 지사에게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로 징역 2년의 실형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1심을 뒤집고 완전 무죄 판결을 받거나, 선거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도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나와야 지사직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지는 겁니다.

항소심 판단의 쟁점은 김씨가 댓글 공작을 수행하는 킹크랩 프로그램을 김 지사에게 실제 시연했는지입니다. 1심은 2016년 11월9일 저녁 8시7~23분 사이에 네이버 누리집에 접속한 로그 기록 등을 근거로 김 지사가 시연 형태로 보고를 받고 킹크랩 개발을 허락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이에 김 지사 쪽은 항소심에서 그날 행적을 기록한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을 제출했습니다. 구글 타임라인을 종합하면, 수행비서는 차량으로 서울 여의도에서 경기 파주시로 이동한 뒤 김 지사를 저녁 6시50분께 김씨의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도운 인터넷 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사무실에 내려줍니다. 그 뒤 근처 식당에서 저녁 7시1분부터 20분까지 혼자 식사를 하고 경공모 사무실 근처로 돌아와 저녁 7시33분부터 밤 9시14분까지 머물렀습니다.

김 지사 쪽은 수행비서의 구글 타임라인을 근거로 이날 경공모 사무실에 방문한 것은 맞지만 회원들과 1시간가량(저녁 7~8시) 사무실 2층 식사 공간에서 닭갈비로 저녁 식사를 한 뒤 같은 층 강의장에서 온라인 여론의 중요성 등에 대한 브리핑만 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로그 기록이 확인된 시점인 저녁 8시7~23분 사이에는 김씨 일당이 킹크랩 개발 과정에서 인터넷 뉴스 댓글 공감 버튼을 자동으로 눌렀다가 취소하는 테스트를 한 것이고, 당시 김 지사는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김씨에게서 브리핑을 듣고 있었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킹크랩 시연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 증거로 닭갈비 영수증과 “총 23인분 정도 포장해 갔다”는 식당 주인의 법정 증언 등을 내세웠습니다.

이는 특검과 정반대되는 논리였습니다. 특검은 김씨가 브리핑을 하던 중 경공모 회원들을 내보낸 뒤 8시7∼23분 사이에 김 지사와 독대 상황에서 킹크랩 시연을 했다고 봤습니다. 닭갈비 식사는 김 지사 쪽이 주장하는 가정일 뿐, 이날 경공모 회원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아 브리핑 뒤 킹크랩 시연을 볼 시간이 충분했다는 겁니다. 경공모 사무실에서 식사 준비를 주로 맡은 김씨 여동생도 항소심에서 김 지사가 이날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다고 증언해 특검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6일 항소심 재판부가 1심을 뒤집고 무죄 선고를 내릴지, 유죄 판단을 유지해 지난 4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김 지사가 재수감될지 주목됩니다. 1심 재판장이었던 성창호 부장판사에게 “보복성 재판”이라며 “‘사법농단’ 세력을 인적 청산해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쪽은 어떤 반응을 내놓을까요. 앞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무죄가 확정된 데 이어 여권의 또 다른 잠재적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김 지사에게 어떤 판결이 내려질지 관심이 쏠립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