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마포구의 ㄱ내과 의원을 찾은 한 80대 환자는 ‘어르신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였지만 “돈을 더 낼 테니, 좋은 독감 예방접종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의사 ㄴ씨가 “어차피 큰 차이가 없다”고 했지만, 이 환자는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한 두려움에 유료 접종을 고집했다.
전국에서 독감 백신 접종 뒤 숨지는 사고가 이어지자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한 시민들의 공포감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의 육아 카페에는 “아이가 6살인데 지금까진 매년 백신을 접종했는데, 올해는 백신 독감 문제가 많아서 (주사를) 맞게 하는 것이 겁난다”는 우려섞인 글들이 올라왔다. 경기지역 맘카페의 한 누리꾼도 “사망과 독감 백신 접종 사이의 인과 관계에 대한 건 논외로 하고, 올해만 10명 이상이면 이례적인 치수가 맞긴하다. 걱정없다고들 하시는분 있는데 걱정이 안될 수가 있느냐”고 글을 올렸다.
백신 상온 노출사고에 이어 환자가 숨지는 사고까지 잇따르자 우려가 커진 것이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병원을 되도록 가지 않으려는 분위기까지 겹쳐 독감 백신 접종이 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ㄱ내과의 설명을 들어보면, 이 내과 의원의 독감 백신 접종자는 19일 157명이었으나, 독감 백신 뒤 숨진 환자 사례가 연이어 나오기 시작한 20일부터 하루 50명 이하로 줄었다. 서울 서대문구의 가정의학과 의원 관계자도 “지난 19일에 견줘 어제 오늘 독감 백신 접종을 받으러 오는 분이 6분의 1로 줄었다”며 “독감 예방 접종과 사망 사고의 인과 관계도 확실하지 않은데, 언론에서 몰아간 면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건당국은 “숨진 환자와 백신 사이의 인과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며 코로나19와 독감이 함께 유행하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서라도 독감 백신 접종을 해야 한다고 권하고 있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의료관리학과)는 이날 <티비에스>(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실제로 독감으로 인한 사망으로 보기에는 의학적으로 매우 부족하고 상관관계가 낮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감염내과)도 이날 <시비에스>(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만약에 이런 문제 때문에 백신 접종률이 떨어지게 되면 그로 인해서 올해에 만약에 코로나나 인플루엔자가 같이 유행되는 상황에서 인플루엔자로 인한 합병증,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률이 확연히 증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독감 백신 접종에 대한 주의를 요청하는 의견도 있다. 홍혜걸 의학전문기자는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감염내과 교수 2명, 감염소아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 고위직, 예방의학 전공 의협관계자 등 5명의 전문가에게 독감 백신 접종지속과 일시중단 중 택일해달라고 했더니 3명은 지속해야 한다고 하고 2명은 원인규명까지 잠깐 중단하자고 한다”며 “저라면 좀더 기다렸다 맞겠습니다. 고위험군은 맞아야겠지만”이라고 주장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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