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유지’ 정부 입법예고안에 분노한 여성들 ‘#낙태죄폐지’ 운동 나서 임신중절 수술 경험 공유하며 연대 “내 몸의 결정권을 왜 국가가 가지나”
이길보라 영화감독 트위터 갈무리
“저도 임신중절수술 경험자입니다. 원치 않는 임신과 그 이후에 경험한 일련의 일들에 대해 2016년 10월 칼럼으로 썼습니다. 2020년인데 아직도 ‘낙태죄’를 논합니까. 저는 이 땅의 몸의 경험들과 연대합니다.” (이길보라 영화감독)
지난 7일 영화감독 이길보라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같은 글을 올리며 ‘#나는낙태했다릴레이선언’ 해시태그 운동을 제안했다. ‘#낙태죄폐지’ 등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낙태 경험담을 공유하는 운동이다. 이길씨는 9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낙태죄를 유지하는 정부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여성의 몸과 경험에 대해 말하는 시도를 틀어막는 법이다. 저희 어머니와 할머니를 비롯해 수많은 이들이 낙태에 대해 얘기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사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운동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길씨는 원치 않은 임신 뒤 낙태 수술을 받게 된 경험을 담은 칼럼 ‘#나는_낙태했다’를 지난 2016년 10월 <한겨레>에 썼다.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정부가 낙태죄를 유지하는 법안을 입법 예고하자 여성들을 중심으로 분노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낙태죄폐지’ 해시태그와 함께 낙태 경험을 공유하면서 낙태죄 폐지 움직임에 연대하고 있다. 누리꾼 ㄱ씨는 정부의 입법예고안에 대해 “(임신 14주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조건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내 몸의 결정권을 내가 아닌 국가가 가지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신의 낙태 경험을 공유한 누리꾼 ㄴ씨는 “(낙태가) 불법인 수술이기 때문에 나는 병원을 선택할 권한이 없었다. 임신 중단에 대한 충분한 정보와 방법이 제공돼야 한다”고 썼다.
지난 5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낙태죄 전면 폐지와 여성의 재생산권 보장에 관한 청원’에는 이날 오후 4만1600여명이 동의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누리집에 올라온 ‘낙태죄 완전 폐지 촉구’ 청원글에도 3만6400여명이 동의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