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정부와 의협의 협약식에 참석하려다 전공의와 전임의들의 항의를 받으며 장소를 빠져 나가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4일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여당과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 등 현안에 대해 합의했지만, 전공의들이 합의문을 수용하지 않으면 집단휴진 여파는 계속될 수 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6명에 대한 고발 조처를 취하하고 의사 국가고시 시험 접수 기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전공의들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정책(법안) 철회’를 수용할 수는 없지만, 이들의 업무복귀를 위한 유화책을 최대한 꺼내놓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전공의·전임의 등은 이날 의협과 정부·여당 간 합의가 ‘졸속’으로 이루어졌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의협이 더불어민주당, 보건복지부와 각각 합의문에 서명한 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최대집 회장의 독단적 협상 진행 과정에 절차적 문제가 있음을 공식적으로 제기한다”며 “4일 새벽 복지부와 협상이 극적 타결되었다는 속보를 언론을 통해 들었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오는 7일 회의를 열어 향후 계획을 논의하기로 했다. 박지현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의협 산하 단체지만 단체행동 중단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전공의들의 이런 주장에 대해, 최대집 의협 회장은 합의문 서명 뒤 기자들과 만나 “(의사단체들이 모인)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에서 최종안을 만들고 거기서 승인한 뒤 협상 전권을 위임받았다”며 “협상장에 가서 상대 쪽과 수정이 있으면 제가 재량에 따라 협상 타결 또는 결렬을 정하는 것이지 이걸 누구한테 보이고 추인받는 절차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의료계 내분이 쉽게 가라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전협은 80%를 웃도는 높은 참여율로 의사들의 집단휴진을 주도한 핵심 조직이다. 대형병원 등을 중심으로 진료 공백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도 이들의 집단휴진 영향이다. 일부에선 최 회장에 대한 ‘탄핵’(불신임)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나온다.
이처럼 상황이 계속 긴박하게 돌아가자, 복지부는 이날 저녁 업무개시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전공의 6명에 대한 고발 조처를 취하한다고 밝혔다. 또 이날 마감할 예정이던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 재접수 기한을 6일 밤 12시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대전협 비대위는 단 한명이더라도 전공의·의대생이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에서 단체행동을 멈출 수 없다”고 한 대전협 쪽 주장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복지부는 지난달 26일 의협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위에 신고한 것도 거둬들이기로 했다.
다만 정부·여당은 합의문을 작성한 이상 ‘정책 철회’를 언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무리 전공의들이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지금 와서 다시 ‘정책 철회’를 언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어떻게든 의협 내부에서 정리를 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의 고발 취하 등으로 전공의들의 반발 기류가 다소 누그러질 여지도 없지 않다. 대전협 입장문에서 전공의·의대생 보호와 향후 단체행동을 연계하는 대목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분하지만 현재 합의문이 어떻게 이행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겠다”고 한 대목도 기류 변화로 읽힐 수 있다.
김민제 최하얀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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