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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전공의들에게 묻습니다, 전교1등 아닌 나도 ‘청년’입니까?

등록 2020-09-04 04:59수정 2020-09-04 07:24

20대 59% “청년 연대 호소 공감 안돼”

“인천공항 논란과는 사안 달라…
자신들에게만 유리한 프레임 전략”
젊은 의사들 ‘공정성’ 들었지만
정작 청년들은 ‘진정성’에 의문

“특권층·엘리트만 공감할 구호”
불균형·차별적 구조는 외면한채
민감 이슈만 건드리는 데 불쾌감도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왼쪽 셋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조승현 대한 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 박 위원장, 김지성 전임의 비상대책위 위원장. 백소아 기자
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서울특별시의사회에서 열린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은 박지현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왼쪽 셋째)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조승현 대한 의과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 회장, 박 위원장, 김지성 전임의 비상대책위 위원장. 백소아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 등 과정의 공정성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정부에 맞서, 의사가 아닌 대한민국 청년들로서 모든 청년들과 함께 연대하려 한다.”

1일 전공의와 전임의, 의대생들은 ‘젊은의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이렇게 밝혔다. 의사 집단휴진 사태에 대한 국민 여론이 심상치 않자, 청년층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공정성’ 이슈를 건드려 세대 결집을 시도한 것이다. 실제로 청년들은 이들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한겨레>는 3일 다양한 처지의 2030세대 7명에게 이번 집단휴진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공공재’라고 불린 의사들의 불쾌감도 이해는 간다. 그런데 그들이 이야기하는 공정성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젊은 의사들의 주장에 대해 사회초년생인 김대현(29)씨는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워낙 전공의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있으니까 그런 이슈로 집단행동을 하면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도무지 뭘 요구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청년들이 놓인 차별적 구조는 외면한 채, 의사들은 누가 특권층에 오를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짚었다.

실제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청년세대의 공감도는 전체 세대 가운데 낮은 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2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20대의 58.8%는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공감하지 않는다’고 답해 전체 평균 55.2%를 웃돌았다.(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 문제를 언급한 것을 두곤 ‘의견을 관철하려 이슈를 이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이우석(31)씨는 “공공의대는 지역 간 의료 불균형 등의 문제가 함께 엮여 있는 사안으로 인국공 논란과 동일하게 볼 수 없다. 의사들이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만든 프레임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 사회에서 높은 임금과 특권적 지위를 보장받는 의사들의 상황은 비정규직으로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청년 다수의 처지와 전혀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1일 의사단체가 제작한 홍보물의 내용을 보고 불쾌감을 느꼈다는 청년도 있었다. ‘전교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공부에 매진한 의사’와 ‘성적은 한참 모자르지만 그래도 의사가 되고 싶어 추천제로 입학한 공공의대 의사’를 비교하는 내용이다. 대학생 홍아무개(25)씨는 “‘전교 1등’만 공감할 수 있는 구호 같다. 의사들이 말하는 ‘청년’에 지방대생인 나는 과연 포함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들의 모임’ 활동가 공현(32)씨도 “고졸·비정규직 노동자는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다. 의사는 ‘엘리트’로 공인된 청년들이라서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을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윤경 전광준 기자 yg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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