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입시비리 재판에서 정 교수가 자신의 경력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보이는 파일을 검찰이 공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23일 열린 재판에서 검찰은 동양대 강사휴게실에서 임의제출 받은 정 교수의 피시를 포렌식한 대검찰청 수사관을 증인신문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피시에서 나온 정 교수의 경력증명서 2건을 공개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피디에프(PDF) 형식으로 저장된 자신의 주식회사 경력증명서 스캔파일을 이용해 워드 파일을 새로 만들어 증명서를 위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력증명서를 스캔해 노란 빛을 띠는 피디에프 파일 속 직인이 흰 바탕의 워드 문서에 그대로 나타난 것을 근거로, 피디에프 파일에 찍힌 직인을 정 교수가 오려내 워드 파일에 붙인 것으로 본 것이다. 또 피디에프 파일에는 정 교수가 1985년 3월부터 3년5개월간 근무한 것으로 기재됐지만, 2013년 8월 수정된 또 다른 워드 파일 문서에는 1985년 1월부터 1993년 2월까지 8년2개월 근무한 것으로 재직 기간도 늘어나 있었다.

정 교수는 그림 파일을 캡처해 붙이는 방법도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딸 조아무개씨의 표창장과 동일한 방식으로 위조된 경력증명서도 존재한다는 것이 검찰 주장이다. 그러나 정 교수 쪽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이) 하나의 가설을 사실로 전제해 논리적 비약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강사휴게실 피시에 저장돼 있던 총장 직인 파일 등을 토대로 정 교수가 딸의 표창장을 위조한 정황도 시연을 통해 밝히고자 했다. 대검 포렌식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피시에서는 2013년 6월16일 오후 4시30분 정 교수 아들의 동양대 상장이 ‘총장님 직인.png’라는 이름으로 ‘내그림 폴더’에 저장됐다. 그로부터 20분 뒤 이 파일은 ‘문서2.docx’라는 이름의 워드 파일 문서로 저장됐다. 또 아들의 상장 문건 하단에서 잘라내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이 포함된 부분을 ‘총장님 직인.jpg’란 이름으로 저장됐는데, 검찰은 정 교수가 이 부분을 한글프로그램으로 작성된 딸의 표창장 문건에 붙여 넣어 오후 4시58분 최종적인 형태의 표창장을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피디에프 형태로 최종 저장된 표창장에서 ‘동양대학교 총장 최성해(직인)’만 별도로 ‘블록’ 처리가 돼있는 점, 또 이 부분이 아들의 상장에서 오려낸 직인과 픽셀 크기가 동일하다는 점을 들어 아들 상장의 직인이 딸 표창장에 쓰인 것을 입증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 교수 쪽은 2013년 피시는 정 교수의 주거지인 서울이 아닌 경북 영주에 위치한 동양대에 있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검찰은 2012년 7월∼2014년 4월 사이 정 교수의 주거지 쪽으로 아이피 주소가 22건 복원된 점을 들어 정 교수가 이 시기 서울에서도 피시를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 교수 쪽은 검찰도 해당 피시가 정 교수 소유인 것을 알고도 학교 쪽으로부터 임의제출 받아 정 교수 참관이나 동의 없이 포렌식까지 한 것은 절차상 위법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쪽은 다음달 20일, 포렌식 결과를 둘러싼 반대신문을 통해 검찰의 주장을 반박할 계획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