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 앞에서 민주노총 제11차 중앙집행위원회에 참석하려다, 비정규직 조합원들한테 노사정 합의와 관련해 항의를 받으며 출입을 저지당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 노사정’ 합의 불발에 따른 민주노총의 내부 갈등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김명환 위원장이 임시 대의원대회 소집을 결정한 것에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의 과반 이상이 반대 성명을 낸 데 이어, 실무를 담당하는 사무총국 소속 상근자 일부도 반발하고 나섰다. 위원장이 중집 회의의 결정을 존중하지 않아 “독단적”이라는 게 반발의 핵심인데, 규약상 임시 대의원대회의 소집은 ‘위원장 권한’이고 더 많은 조합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나친 비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오전 9시께 민주노총 사무총국 상근자들은 김 위원장과의 간담회를 열어, 그가 대의원대회를 소집한 데 대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들은 “노사정 (잠정)합의안은 대표자들로 구성된 중집에서 부결된 안건인데, 이를 위원장이 직권으로 임시대대를 소집해 부의한다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대의원대회를 강행하면 가결이 되든 부결이 되든, 조직 내 분열이 불가피한데 대책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중집은 민주노총 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집행부와 산별 위원장 및 지역 위원장 등으로 구성되며, 총회와 대의원대회, 중앙위원회 다음 순위 기구다. 이런 문제제기에 김 위원장은 그간 사무총국 상근자들과 소통이 부족했다며 경과를 설명하면서도, “대의원대회를 잘 준비하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지난 3일 김 위원장이 오는 20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소집하기로 결정한 뒤, 조직 내부 반발은 곳곳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후 중집 위원 56명 가운데 6명의 부위원장, 10개 산별노조 위원장, 16개 지역본부장 등은 ‘김명환 위원장의 파행적, 비민주적 조직운영을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하며 반발했다. 민주노총 내 최대 정파인 ‘전국회의’도 지난 2일 성명을 내어, “노사정 (잠정)합의안이 대의원대회로 가져갈 만큼 중요성을 가진 문서라고 할 수 없으며 대의원대회 소집은 조직적 혼란을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며 “노사정 잠정합의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임시 대대 소집은 위원장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이런 움직임은 지나치게 정파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성명에 참여한 중집 위원과, 간담회에 참석한 사무총국 상근자 상당수가 노사정 잠정 합의에 반대한 정파 소속이다. 민주노총의 규약을 보면 위원장은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재적 대의원 3분의 1 이상이 회의에 부의할 안건을 명기하여 요구할 때△중앙위원회가 과반수 이상의 찬성으로 결의할 때 임시대대를 소집할 수 있다.
민주노총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노동계 관계자는 “56명으로 구성된 중집이 아닌 더 많은 조합원의 뜻을 담을 수 있는 대의원대회를 위원장이 규약에 맞게 소집한 것을 독단이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산별 및 지역 위원장들이 최소한 민주노총과 같은 중집이라도 거치고 와서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합원이 직접선거로 선출되는 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계속 정파들에 의해 좌우돼서야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사태로 김 위원장의 리더십이 큰 상처를 입은 데다, 향후 대의원대회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민주노총의 내분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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