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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정경심 차명계좌 명의자 “교육 목적으로 계좌 빌려준 것 뿐”

등록 2020-07-02 15:20수정 2020-07-02 15:37

정경심 차명계좌 명의자 증인신문
명의자 “교육차 거래 도운 것”
검찰 “조국 장관 임명으로
주식 거래 못해 차명으로 한 것”

국과수, 딸 ‘서울대 학술회의 영상’에
“동일인 가능성 배제 못해”
구속 기간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구속 기간 만료로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사모펀드와 입시비리 관련 재판에서는 정 교수에게 차명계좌를 빌려준 증인이 출석해 “교육을 위해 빌려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차명계좌를 쓴 것은 맞지만 탈법 목적은 없었다는 정 교수 쪽 입장에 부합하는 진술이다. 그러나 검찰은 정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고위공직에 오르면서 주식 투자가 불가능해지자 지인들의 계좌로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이 점을 집중 추궁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재판장 임정엽) 심리로 열리는 정 교수의 오전 재판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게 된 뒤 정 교수에게 증권계좌 2개를 빌려준 이아무개씨가 출석했다. 이씨는 지난해 1∼2월께 정 교수에게 주식 정보를 제공하며 거래를 돕던 중 큰 손해가 발생했고, 이를 만회하는 차원에서 이씨가 먼저 계좌를 빌려주겠다고 권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가 시키는대로, 교육 목적으로 매매를 한 것이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이 장관직에 오르면서 주식과 선물 거래 등을 계속하기 위해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는 입장이다. 금융실명법상 ‘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차명거래가 금지되기 때문에 정 교수가 만든 차명계좌가 어떤 목적으로 개설된 것인지 밝히는 것이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이다.

검찰은 이씨가 차명계좌를 개설했던 지난해 4월 이씨의 텔레그램에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주식거래 관련 이미지 파일이 생성된 이유를 캐물었다. 비슷한 시기 정 교수도 자신의 자산관리인인 김아무개씨에게 ‘남편이 이미선 헌재 재판관 후보자 사태를 보더니 주식거래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한다’는 문자도 보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이미선 후보자 의혹 제기나 조 전 장관의 말 때문에 정 교수가 자신 명의로 (거래를) 할 수 없으니 주식계좌를 빌린 것 아니냐”고 물었지만 이씨는 이를 부인하며 “(누구와) 이미선 후보자 이미지를 주고받았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특별한 목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연루된 코링크 사모펀드가 투자한 2차 전지업체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차명계좌로 사들인 점도 추궁했다. 이씨는 자신이 더블유에프엠 주식을 매수하라고 조언했다고 증언했지만 검찰은 “(검찰) 조사 당시엔 더블유에프엠을 전혀 모른다고 진술했다”고 해 말이 엇갈렸다.

재판부도 이씨가 차명계좌를 빌려준 경위와 이유에 대한 질문을 주로 던졌다. 주심인 권성수 부장판사는 “연습 목적으로 거래를 했다면 소량으로 해야 하는데 100주, 1천주 등 거래 규모가 커지고 있다”며 이유를 물었지만 이씨는 “교육 목적으로 정보를 드린 것이었다. 제가 지시한대로 정 교수가 매매한 것으로 손실, 이익은 중요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선희 부장판사도 이씨가 고위공직자의 배우자는 주식투자를 직접 하면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정 교수에게 주식 정보를 계속해서 제공한 이유를 물었다. 이씨는 “(정 교수의) 동생에게도 정보 전달이 되는 것으로 알았다. 주식 트렌드를 알아야 해서 그랬다”며 말끝을 흐렸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정 교수의 딸 조아무개씨가 서울대 인권법 세미나에 참석했는지를 둘러싼 국립과학수사원의 감정 결과도 공개됐다. 국과수는 학술회의 영상에 등장한 학생이 “조씨와 동일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판부가 “조씨 옆에 앉았던 남학생을 증인신문 해보면 바로 알 수 있을텐데 변호인이 그에 대한 언급은 한 적이 없다”고 짚자 정 교수 쪽 변호인은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못했다. 알아보겠다”면서도 형사재판의 입증 책임은 변호인이 지는 것이 아니라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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