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행진이 열린 6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참가자들이 추모 글귀의 손팻말을 들고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걸어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6일 오후 4시40분께 서울 청계천 한빛광장에 모인 150여명의 인파가 무릎을 꿇고 손팻말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BlackLives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마스크를 낀 검은 옷의 시위대가 추모한 건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로 숨진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다.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전세계에서 번지기 시작한 연대 추모시위가 이날 한국에서도 처음 열린 것이다. 참가자들은 서울 명동 밀리오레 쇼핑몰에서 출발해 회현 로터리를 거쳐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1.2㎞가량을 별다른 구호 없이 침묵 속에 걸었다.
침묵을 대신한 건 손팻말이다. 참가자들은 ‘구조적인 인종차별을 끝내자’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숨을 쉴 수 없어요’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행진에 참여했다. 비무장 상태였던 조지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 제발 날 죽이지 말아달라”는 마지막 말을 내뱉은 채 숨을 거뒀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외국인 참가자는 “백인으로서 할 말이 없다. 미안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시위현장에서 만난 미국인 크리스티(27)도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글이 영어로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크리스티는 “미국에서 겪은 인종차별은 일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흑인을 향한 오래된 차별이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터져 나온 것”이라며 “지금 미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평화로운 저항으로 맞서고 싶어 이 행진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추모행진을 제안한 심지훈(34)씨는 “인종차별로 희생된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전세계 모든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집회를 연 이유를 밝혔다. 박희규(45)씨는 “미국에서 강사로 일하는 동안 제자인 흑인 학생들이 인종차별로 힘들어하는 걸 지켜봤고, 흑인이 경찰 폭력으로 죽어가는 걸 보며 분노했다. 우리 사회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의 아픔에 공감하는 게 감사해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
#흑인의목숨은소중하다, #흑인의생명은소중하다, #BlackLivesMatterKorea’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를 들고 인증사진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온라인 집회도 이어지고 있다.
배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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