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씨를 추모하는 행진이 열린 ?6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참가자들이 추모 글귀의 손팻말을 들고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걸어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미국인 크리스티(27)는 6일 오후 4시께 서울 명동에서 열린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기리는 평화행진에 참여했다. 미국 뉴욕주에서 한국에 온 지 2년 된 그는 ‘우리는 인종차별에 반대한다(We're againt racism)’라는 글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크리스티는 “미국에서 겪은 인종차별은 일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흑인을 향한 오래된 차별이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으로 터져 나온 거죠. 지금 미국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시위가 벌어지고 있지만, 평화로운 저항으로 맞서고 싶어 이 행진에 참여하게 됐어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추도식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도심에서도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평화행진이 열렸다. 추모행진을 제안한 심지훈(34)씨는 이날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시위가 열리지 않았다. 인종차별로 희생된 플로이드를 추모하고 전 세계 모든 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행진에는 시민 150여명이 참가했다. 일부 참가자는 조지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색 마스크와 옷을 착용하기도 했다.
조지 플로이드씨의 안식을 비는 손팻말을 든 외국인 참가자들. 김봉규 선임기자
참가자들은 서울 명동 밀리오레 쇼핑몰에서 출발해 회현로터리를 거쳐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약 1.2km를 걸었다. 주최 쪽은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행진 중간마다 참가자 사이에 2m 거리를 유지하도록 했다. 행진은 침묵행진으로 진행되면서 별다른 구호는 없었다.
행진 행렬에는 크리스티뿐 아니라 여러 외국인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end systemic racism(구조적인 인종차별을 끝내자)’, ‘BlackLivesMatter(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 ‘I can’t breathe(숨을 쉴 수 없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채 걸었다. 비무장 상태였던 조지 플로이드는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 제발 날 죽이지 말아달라”는 마지막 말을 내뱉은 채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외국인 참가자는 “백인으로서 할 말이 없다. 미안할 뿐”이라고 침묵했다.
6일 ‘조지 플로이드 추모행진’에 참가해 명동에서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행진한 참가 시민들이 무릎을 꿇는 등 추모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참가자들은 한빛광장에 도착해 오후 4시 38분께 한쪽 무릎을 꿇고 손팻말을 머리 위로 드는 등의 추모 퍼포먼스를 벌였다. 행진을 끝까지 함께 한 박희규(45)씨는 “미국에서 강사로 일하며 가르치는 흑인 학생들이 인종차별로 힘들어하는 걸 지켜봤고, 흑인이 경찰폭력으로 죽어가는 걸 분노했다”며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인종차별의 아픔을 공감하는 게 감사해 참가하게 됐다”고 밝혔다. 주최 쪽은 “단일민족인 나라에서 다문화가족이 알게 모르게 차별당하고, 중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는 등 많은 걸 듣고 느꼈다. 우리의 작은 움직임이 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믿는다”며 조지 플로이드와 유가족들에게 추모의 뜻을 밝혔다.
<뉴욕타임스> 등 외신들은 최소 75개의 미국 도시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조지 플로이드씨를 추모하는 행진이 열린 ?6일 오후 서울 명동에서 참가자들이 추모 글귀의 손팻말을 들고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걸어가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